사회 사회일반

'조작' VS '단순 오류'... 검·경,'이춘재 8차 사건' 국과수 감정 두고 연일 신경전

반박에 재반박 난타전 양상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 /연합뉴스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 /연합뉴스



검찰과 경찰이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체모 분석 결과 조작 여부를 두고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검·경은 1989년 화성 8차 사건 수사 당시 작성된 국과수 감정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선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각각 당시 국과수 감정인의 고의가 개입된 ‘조작’(검찰 주장)과 ‘단순 오류’(경찰 주장)라는 엇갈린 입장을 내놓으며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을 두고 충돌해 온 검·경이 화성 8차 사건을 놓고도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장은 18일 취재진 설명회를 열고 “(경찰의 전날 브리핑에 대해) 검찰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이 지난 12일 당시 국과수의 감정에 ‘조작’이 있었다고 밝히자 경찰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국과수 감정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 오류가 있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수원지검은 당일 오후 “경찰의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고, 경찰도 하루 만에 다시 “8차 사건 당시 증거자료는 경찰의 ‘조작’이 아니라 연구원의 ‘오류’”라고 거듭 재반박한 것이다.

반 본부장은 “검찰은 당시 국과수가 원자력연구원 보고서에 있는 ‘스탠다드(STANDARD·표준 시료)는 분석기기의 정확성을 측정하기 위한 테스트용 표준 시료이고, 재심 청구인인 윤모(52) 씨 감정서에만 이를 사용하는 수법으로 감정서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있는 ‘스탠다드’는 테스트용 모발(일반인)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체모가 맞는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보고서를 작성한 원자력연구원 A 박사는 ‘테스트용이라면 옆에 인증 방법, 인증값, 상대오차 등의 기재돼 있어야 하는데 이런 표기가 없다’고 답변했다”며 “스탠다드라는 용어는 국과수가 신뢰도 확인을 위해 보낸 시료명을 그대로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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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원자력연구원이 분석한 시료의 양이 0.467㎎인 점을 볼 때 테스트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통상 테스트용이라면 1㎎, 10㎎ 등 정형화된 수치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또 여러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일반인의 체모를 사전에 분석해 기기의 성능을 테스트했다는 기록이 전혀 없어 검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반 본부장은 “해당 시료의 수치로 윤 씨뿐만 아니라 다른 10명의 용의자에 대해서도 비교 감정했다”며 “유독 윤 씨에 대해서만 엉뚱한 체모(표준 시료)로 감정서를 허위 작성했다는 검찰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2일 “당시 국과수의 감정에 ‘조작’이 있었다”는 내용의 8차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경찰은 전날 브리핑을 열고 8차 사건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에 대한 원자력연구원의 1~5차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체모 등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기법) 결과 등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경찰은 “화성 8차 체모 분석 결과가 조작이 아니라 오류”라며 검찰 발표를 반박했다. 경찰은 “당시 국과수가 원자력연구원에서 최종 통보받은 윤씨의 체모 2차 분석 결과를 배제하고, 현장 체모 수치와 더 유사한 1차 분석 결과를 적용해 감정한 정황이 있다”며 “당시 국과수 감정인이 원자력연구원의 시료 분석 결괏값을 인위적으로 조합·첨삭·가공·배제해 감정상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경찰의 브리핑 한나절 만에 반박 자료를 내고 “원자력연구원의 1차 분석을 제외한 2~5차 분석에 쓰인 체모는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전 장비의 정확성을 측정하기 위한 ‘스탠다드’ 표준 시료일 뿐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가 아니다”라고 재반박했다. 당시 국과수가 일반인 체모를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체모처럼 허위로 기재해 넣는 방법으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경찰의 18일 설명회 내용에 대해 “다음 주 중 재심 의견을 법원에 낼 예정”이라며 “경찰 반박에 대해서는 재심 의견서로 말하겠다”고 전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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