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설치해 달라는데 예산이 부족해서 고민입니다.”
올해 울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은 ‘울산 큰애기’다. 구도심인 중구가 만든 대표 캐릭터인 울산큰애기가 인기를 끌면서 동네마다 조형물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몰리고 있다. 어린이집에서부터 관광객이 많은 태화강국가정원 인근 식당가, 전통시장 등에서 구청에 구애하고 있다.
하지만 조형물 1개당 제작비용은 1,000만원을 넘는 데다가 유지·관리비용까지 필요하다. 올해 예산은 이미 바닥났고, 내년 예산도 빠듯한데 서로 설치해 달라고 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 중심에는 박태완(사진) 울산 중구청장이 있다.
박 구청장은 “대중이 많이 볼 수 있는 곳과 의미 있는 곳에 우선 설치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해 가겠다”고 말했다.
울산큰애기는 지역의 스토리텔링을 반영해 지난 2016년 9월 울산 중구가 개발한 캐릭터로 중구의 문화관광 사업 전반에 나서고 있다. 조형물은 주근깨 있는 얼굴에 원피스를 입고, 새침한 표정으로 한 것이 특징이다. 단발머리에는 핀을 꽂았다.
중구는 올해의 관광도시 사업 목적으로 셀카 찍는 모습과 복고 복장, 손 흔드는 모습 등 다양한 형태의 울산큰애기를 24개 제작했다. 23개는 구도심 곳곳에 있으며, 1개는 구청 표지석에 있다. 관광사업과 별개로 초등학교 주변과 횡단보도 등에 20여 개가 설치돼 있다.
박 구청장은 “다채로운 모습을 한 울산큰애기가 인기를 끌면서 조형물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청소년과 관광객도 생겨나고 있다”면서 “지역만의 캐릭터로 머물지 않고,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캐릭터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울산큰애기는 올해 대한민국 지역·공공캐릭터 대회에서 1위인 대상을 차지했고, 내나라여행박람회 특별상, 한국관광혁신대상 종합부문 대상 등을 수상하며 인지도를 넓혀나가고 있다.
관광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중구는 울산큰애기 조형물과 함께 울산큰애기 거리 춤바람, 울산큰애기 연극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심에 울산큰애기가 사는 울산큰애기하우스도 만들었다. 지난 2017년 258만명(통신사 빅데이터 분석)이던 중구 관광객이 2018년 403만명으로 늘었고, 2019년엔 517만명 정도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박 구청장은 “지역 기업과 함께 울산큰애기 캐릭터를 활용한 화장품과 장바구니·빵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해 현재는 특허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열어 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50만명 도시 구마모토는 ‘쿠마몬(곰)’ 캐릭터로 연 1조2,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지역 경제를 살리는 힘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울산큰애기는 올해 SNS 이모티콘도 선보였으며, 미니드라마로 제작돼 방영을 앞두고 있다. SNS 이모티콘은 지난 3월 ‘2019 올해의 관광도시 선포식’ 때 2만2,000건을 준비했는데 2시간 만에 동이 나기도 했다.
한편 ‘울산큰애기’는 예전 중구 반구동 여성들을 일컫던 말에서 유래됐다. 반구동은 태화강, 동천강, 약사천에 접해 있어 쌀농사와 과실 농사가 잘돼 상대적으로 경제 형편이 좋았다. 여성들은 유난히 피부가 곱고 성품이 상냥해 외지인들에게 울산큰애기로 불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울산큰애기는 가수 김상희씨가 부른 옛 가요 제목이기도 하고, 울산현대축구단 공식 치어리더팀 명칭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