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예산이 턱없이 모자라 급식조차 제대로 못 하는 반면 교육당국은 정해진 예산을 다 쓰지도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가운데 학교 안은 교육청이, 학교 밖은 여가부가 책임지는 구시대적 행정구분이 학교 밖 청소년들을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교육청의 ‘학교 밖 청소년 교육참여수당’ 예산은 총 4억8,000만원으로 이 가운데 불과 1억5,740만원(32.8%)만 집행됐다. 교육참여수당은 교육청이 자체운영하는 학업중단학생지원센터인 ‘친구랑’에 등록된 청소년들에게 매달 일정금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교육청은 원래 교육부와 함께 정규 교육과정을 따르는 학교 안 청소년들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이지만 진보 교육감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체제하에서 무상급식과 고교 무상교육 등 강화되는 복지정책에 발맞춰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정책으로 교육참여수당 지원을 올해 시작했다.
문제는 교육청 예산이 예상보다 저조한 참여로 불용 사태를 빚은 것과 반대로 학교 밖 청소년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만성적인 예산 부족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여가부는 내년에 전국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무료급식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작하는데 관련 예산은 12억7,00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 2016년 기준 36만명으로 추산되는 전체 규모에 비해 예산이 너무 적어 ‘무늬만 무상급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예산 1조원을 넘긴 미니 부처인 여가부 입장에서는 지원 여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반면 한 해 예산이 내년에 처음으로 10조원을 넘긴 교육청이 지원하는 학교 밖 청소년 예산은 수혜자를 찾지 못해 불용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처럼 학교 밖 지원을 여가부와 교육부가 따로 운영하면 불용 사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학교 밖 청소년 교육참여수당’을 6억원으로 증액했다. 현재 매달 수당을 받는 학생은 133명으로 내년까지 250명을 채우면 그때 예산 전액을 집행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울산시교육청이 서울의 교육참여수당 모델을 정책연구해 내년에 시행하기로 계획하는 등 지역으로 관련 정책도 퍼지는 상황이다. 교육청은 지방재정교부금이라는 안정적인 재원이 있기 때문에 학교 밖 지원 여력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전체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14곳을 복지정책에 민감한 진보 교육감들이 집권하고 있어 확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학교 밖 청소년 정책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현재 상황은 재정 여력은 교육청에, 행정 책임은 여가부에 있는 기형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서울에만 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외면받는 것은 부처 간 협력에 인색한 행정기관들 때문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매년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이 5만명이나 추가 발생한다”며 “재정 여력이 있는 교육당국이 행정 네트워크를 갖춘 여가부를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