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게임이용장애는 질병입니다.”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올해 국내 게임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 ‘판호’(서비스 허가권) 발급이 막혀 답답함만 더했다. 여기에 넥슨의 매각 이슈까지 겹치면서 게임산업계에게 올해는 그야말로 ‘뒤숭숭한’ 해였다.
2019년 5월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지정하는 안을 포함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국내 게임 업계는 즉각 반발했고, 한국게임학회 등을 포함한 국내 94개 단체는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2023년부터 3년간 국내 게임시장 매출이 최대 11조원 줄어들고 8,700명가량의 고용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7월 국무조정실은 민간위원 14명과 정부위원 8명 등 총 22명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출범시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20일 제5차 회의를 열고, 내년부터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재의 과학적 근거 분석 등 세 가지 연구 용역을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2019년은 국내 게임업계가 중국 게임의 확장세에 맥을 못 춘 해이기도 하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게임 시장에 총공격을 감행했다. 이들은 톱스타 마케팅으로 초기 사용자 유입률을 올린 뒤 자극적인 과금 체계를 도입해 매출을 극대화했다.그 결과 중국 게임 시장은 올 한 해 크게 성장한 반면 국내 게임 시장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 18일 중국의 게임정보 플랫폼 CNG가 발표한 ‘2019년 중국게임산업연도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중국 게임시장 및 해외수출 총액은 3,102억여위안(약51조원)으로 전년 대비 10.6% 증가했다. 반면 한때 20%에 육박하던 한국 게임의 성장률은 올 한해 5%에 그치고 말았다.
그나마 하반기에 들어서야 한류게임들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넥슨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브이포(V4)’가 출시와 동시에 상위권에 안착하고,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MMORPG ‘리니지2M’도 국내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또 리니지2M(1위), 리니지M(2위), V4(3위)가 장기 흥행의 조짐을 보이면서 국산 게임의 저력을 확인시켜줬다. 이런 가운데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2019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 간 협의 중”이라며 “내년 초쯤에는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해 2020년에 중국시장 진입문턱이 풀릴 지 주목된다.
올초 토종게임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넥슨 매각은 결국 불발로 그쳤다. 1월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가 NXC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놓았으나 6월 매각 불발 보도가 잇따랐다. 가격 등의 조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넥슨은 이후 게임기업으로서의 핵심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심기일전 중이다. 업계의 다른 한편에선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깜짝 참전해 우선매각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매각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결국 연말을 넘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