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에 대해 “과잉수사나 뭉개기 부실수사가 우려된다”며 강력 반발했다. 검찰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공수처 설치법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르면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관측되는 이번 합의안은 검찰의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는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관련기사 3·4면
25일 대검찰청은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등의 중요사안에 대한 수사를 하는 ‘단일한 반부패기구’일뿐, 전국 단위의 검찰·경찰의 고위공직자 수사 컨트롤타워나 상급기관이 아님에도 검경의 수사착수 단계부터 내용을 통보받는 것은 정부조직체계 원리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검은 “공수처에 대한 범죄 통보 조항인 수정안 제24조 제2항은 중대한 독소조항”이라며 “공식적으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사항이 4+1 협의 과정에서 갑자기 포함된 것으로 성안 과정은 그 중대성을 고려할 때 절차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검은 “압수수색의 전 단계인 수사착수부터 검경이 공수처에 사전보고하면 공수처가 입맛에 맞는 사건을 이첩받아 자체 수사개시해 ‘과잉수사’를 하거나 검경의 엄정수사에 맡겨놓고 싶지 않은 사건을 가로채 가서 ‘뭉개기 부실수사’할 수 있다”며 ‘4+1’ 합의안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4+1안의 제24조는 공수처 외에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했다. 또 고위공직자 범죄 등의 사실을 통보받은 처장은 통보를 한 다른 수사기관의 장에게 공수처 규칙으로 정한 기간과 방법으로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모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돼 있는 법안에는 없는 내용으로, 이번 합의 과정에서 새로 들어간 것이다.
법조계도 수사과정에서 확보되는 첩보와 수사 개시권을 전부 공수처가 갖도록 할 경우 검찰의 고위공직자 수사는 무력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장치가 빠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합의된 공수처법에 의하면 공수처장은 추천위원회가 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택한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여당 외 교섭단체 추천 2명 등으로 구성된다. 정의당 등 친여 성향의 정당이 야당 교섭단체가 될 경우 후보 자체가 친여 인사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욱이 합의안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처장을 임명할 수 있다.
검찰의 기소권 독점 등의 부작용을 줄이고자 ‘검찰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공수처의 기소권 오남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합의안은 공수처 검사의 기소권을 일부 제한할 수 있는 기소심의위원회를 두지 않기로 했다. 공수처 검사의 기소권을 통제할 장치가 사라진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통령이 처장을 임명하는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는 위험한 기관”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이 더 강해질 것이다. 여권의 눈 밖에 난 고위공직자를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 수사가 무력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훈·김인엽·오지현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