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천지인사상






우리 조상은 예로부터 3이라는 숫자를 중요시했다. 무슨 일을 해도 삼세번은 해야 되고 신을 섬기려 해도 3신이 있어야 했다. 우리 민족의 시작을 알리는 단군신화만 봐도 3이라는 숫자가 여러 번 나온다. 신은 환인·환웅·단군 등 3신이 있다. 환인이 아들 환웅에게 인간 세상을 잘 다스리라며 준 천부인은 3개다. 환웅이 하늘에서 태백산에 내려올 때 데려온 무리는 3,000명이었고 곰이 여자의 몸이 되기까지는 삼칠일이 걸렸다. 숫자 3에 대한 애착은 자연스럽게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천지인 사상으로 발전했다. 천지인 사상은 모든 사물이 천(天)·지(地)·인(人) 등 세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으며 사실은 하나라고 말한다. 고구려 삼족오(三足烏·발이 셋 달린 까마귀), 여름에 더위를 식혀주는 태극선 등 둘러보면 우리 사회·역사·문화 곳곳에 천지인 사상이 녹아 있다. 국기인 태극기도 얼핏 생각하면 단순히 음양을 나타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둥근 원과 붉음(양)과 푸름(음) 등 셋이 한 몸으로 이뤄져 있다.
천지인 사상이 가장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은 한글이다. 기본모음인 ‘·(아래 아)’ ‘ㅡ’ ‘ㅣ’를 보면 ‘아래 아’는 양인 하늘, ‘ㅡ’는 음인 땅, ‘ㅣ’는 사람의 형상을 본떠 만들었다. 우리가 쓰는 모음은 이 기본모음을 적절히 합쳐낸 결과다. 스마트폰 한글 자판을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따져보면 천지인 사상 덕분이다. 천지인 자판에는 ·, ㅡ, ㅣ 등 기본모음만 이용해 현대 한글에 존재하는 모든 모음을 표기할 수 있다. 모음 버튼이 3개면 충분하니 모든 글자를 나열해놓아야 하는 영어 자판이나 기존 한글 자판과는 차원이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정상회담에서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人和)만 못하다”며 “한중은 공동 번영할 수 있는 천시와 지리를 갖췄으니 인화만 더해진다면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맹자의 공손추(公孫丑) 하(下)편에 나오는 문장으로 여기에도 천지인 사상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한중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한 말이기도 하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시간과 환경은 갖춰졌으나 마지막 당사자의 대화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제는 북한이다. 비핵화 이행은 하지 않고 이런저런 요구만 늘어놓으면서 협상이 꼬이고 있으니 걱정이다. /한기석 논설위원

관련기사





한기석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