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망설일 때 다리를 건너라

<114> 결단의 중요성

전 연세대 교수

인생에서 선택의 순간 마주할 때

너무 망설이면 기회도 놓치게 돼

행운의 여신은 느닷없이 오지않아

남이 안가본 길 과감히 도전해보길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옛날에 성주가 한 명 있었다. 어느 날 보초가 이렇게 보고한다. “지금 성 밖에 웬 군대가 와서 ‘항복하면 다 살려주고 대항하면 다 죽이겠다’고 협박합니다.” 여러분이 이 성주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할 것인가. 아니면 일단 싸움에 응할 것인가. 일단 싸우기로 결정한다. 결과는 전멸이다. 이제 여러분이 두 번째 성주라고 가정하자. 또 이 군대가 와서 똑같은 제안을 한다. 싸울 것인가. 항복할 것인가. 사람의 목숨이 가장 중요하니 항복하기로 결정한다. 그랬더니 약속대로 누구 한 명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도중에 반란이 일어나자 다시 돌아와서 다 죽이고 만다. 말이라는 혁신무기를 바탕으로 힘을 행사한 칭기즈칸식 정복 스타일이다. 단호하고 과감한 결정이 낳은 성과다. 이것이 바로 부전승이다.

임금님이 한 분 계셨다. 하루는 성 밖으로 행차를 나간다. 신하들을 이끌고 신나게 퍼레이드를 벌이는데 어디선가 “에이 벌거숭이 임금이네”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러분이라면 황급히 몸을 가리고 행차를 취소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그대로 갈 텐가. 안데르센은 이 동화에서 끝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그 배짱과 두꺼운 얼굴이 놀랍지 않은가. 포퓰리즘을 지향하는 지도자를 보는 것 같다. 그 임금은 자신이 벌거숭이라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자신의 권력에 눌려 차마 말 못할 것이라고 착각했을까. 이 벌거숭이 임금의 결정은 과감하지도 단호하지도 않다. 자신을 속이고 상대를 무시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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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당나귀를 팔러 장터에 간다. 아버지가 타고 아들이 걸어서 당나귀를 끌고 가니 사람들이 ‘아동학대’라고 수군댄다. 아들을 태우고 아버지가 걸으니 이번에는 ‘불효자식’이라고 난리다. 그래서 둘 다 올라타니 이젠 ‘동물학대’라고 한다. 둘 다 걸어가니 이제 ‘바보같이 당나귀만 호사시킨다’고 놀린다. 마지막으로 둘이서 당나귀를 메고 간다. 그랬더니 ‘세상에 저런 멍청이가 어디 있냐’며 비웃는다. 결국 다리에서 기우뚱거리더니 그 당나귀를 떠나보내고 만다. 리더는 남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지만 휘둘려서는 안 된다. 다양한 당나귀 운송방식을 사람들의 무책임한 제안에 따라 불쑥불쑥 시행할 일이 아니다. ‘그것들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했더라면 단호하고 과감한 결정을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길을 걷다가 갈림길이 나온다. 한쪽은 사람들이 좀 많이 다닌 길 같아 보인다. 또 다른 쪽 길은 풀도 제법 무성하게 난 것을 보니 별로 다니지 않은 것 같다. 어느 쪽으로 갈까. 서둘러 가야 할 목적지가 있다면 처음 길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그러나 좀 더 풍부하고 창조적 삶을 살기 위한 도전은 남이 가보지 않은 길에서 열매를 맺지 않을까. 시인 프로스트는 물론 후자를 권한다. 훗날 이 선택이 내 인생의 운명을 바꿨다고 한탄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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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유행을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비즈니스 아니겠는가. 소비자의 취향이 수시로 변하니까. 그런데 항상 트렌드만 따라간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가보면 터줏대감들이 있는 경우도 많다. 그들의 철옹성도 만만치 않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 블루오션 아니겠는가.

포르투나(행운의 여신)를 낚아채라. 무엇으로. 비르투(남성의 용기와 힘)로. 이탈리아 철학자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한 말이다. 세상 살다 보면 행운이 따를 때가 있다. 물론 멀어져 갈 때도 있다. 내 의지와 완전히 무관하게 그렇게 되던가. 잘 살펴보라. 스스로 내린 수많은 크고 작은 선택들이 그 속에 보이지 않는가. 행운의 여신은 그냥 아무한테나 느닷없이 다가오지 않는다. 기회를 보면서 단호하고 과감한 선택을 하는 사람에게만 행운의 여신은 미소 지으면서 손짓한다. 다리 앞에 와서 건널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가. 그때가 바로 그 다리를 건널 때다. 포르투나는 비르투와 찰떡궁합이다. 단호하고 과감하게 선택하라. 물론 평소 시간 있을 때 오래 시뮬레이션하고 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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