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송년회 단골메뉴 '삼소·치맥'…환경파괴 주범이라고?[썸오리지널스]

대한민국 국민 1인 연간 육류 소비 54kg

축산업 온실가스 배출량, 교통수단보다 높아

전 세계는 '비건' 열풍…베지노믹스 신조어도

무조건적 채식보단 육식 줄이는 습관 필요




바야흐로 송년회의 달 12월. 회사 동료 혹은 지인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약속들로 바쁜 나날을 보내실텐데요. 연말 송년회 때마다 모임 멤버가 바뀌거나 장소는 바뀌어도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불판 위의 고기’입니다. 어제 직장 동료들과 삼겹살에 소주로 달렸다면 오늘은 친구들과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써는 것처럼 송년회 필수템은 ‘고기’서 ‘고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저녁 식탁은 물론 아침, 점심 밥상에서 고기를 만나는 일도 쉬워졌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는 약 54kg로 지난 50년새 무려 10배 이상 증가했죠.



심지어 한국인의 주식인 쌀은 지난 2016년, 처음으로 돼지에게 밥그릇 자리를 빼앗겼을 정도입니다.


특별한 기념일뿐만 아니라 매일 밥상에 고기반찬이 오를 정도로 ‘육식주의’가 된 대한민국, 하지만 최근엔 고기 섭취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성인병으로 대표되는 각종 질병부터 환경오염, 기후변화까지 현 인류가 겪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육식문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대체 우리가 맛있는 고기를 먹는 것과 지구가 오염되는 것, 이 둘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요? 삼시세끼 시리즈의 마지막 ‘저녁 편’에서는 우리네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육류’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인 1닭 시대’ 이 많은 치킨은 다 어디서 왔을까

한국인에게 호불호가 없는 음식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치킨을 떠올릴텐데요. 치킨 앞에선 남녀노소 불문하고 ‘1인 1닭’을 외치는 모습을 보면 문득 ‘대체 이 많은 닭은 어디서 오는걸까’하는 궁금증마저 들죠. 치킨을 비롯해 삼겹살, 소고기 등 우리가 손쉽게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섭취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축산업이 본격화된 건 1950년대 후반부터였습니다.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축산 진흥이 포함되면서 축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과 지원이 시작됐죠. 특히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공장식 축산시스템’을 들여와 전국적으로 농가의 규모가 확산됐고 축산업의 기틀이 다져졌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축산 자조금 등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받아 육류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우리네 식탁에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큰 잔칫날에나 구경할 수 있었던 ‘고기반찬’을 누구나 쉽게 섭취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자연스럽게 육식의 대중화가 이뤄졌죠.

△‘육식 문화’ 대체 뭐가 문젠데





‘굽거나 삶거나 튀기거나’ 어떠한 조리 방식에도 꿀맛을 자랑하는 ‘고기’.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과잉육식으로 인한 폐해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

우선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 것은 ‘환경오염’ 문제입니다. 흔히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으로 자동차의 배기가스나 공장의 오염물질 등을 꼽곤 하는데요. 최근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나서서 일회용제품 자제, 대중교통 이용 등에 동참하고 있죠.



그러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비율은 15%로 전 세계 교통수단 온실가스 총 배출 비율 13.5% 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맛있는 고기를 먹는 대가인 셈이죠. 이 중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소’인데요. 축산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65%가 전 세계에서 사육되는 15억 마리의 소에서 나옵니다. 쉽게 말해 소 한 마리가 체중 1kg을 불리려면 평균 10kg의 사료가 필요한데요. 이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소모되는 엄청난 규모의 물과 땅, 비료 등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겁니다. 이는 같은 단백질 공급원인 콩을 만들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량과 비교하면 20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축산업과 가공육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 이외에도 산림 벌채로 인한 사막화, 가축의 분뇨 폐기물 등으로 인한 토지 및 수질 오염 등 여러 환경 문제도 발생하죠.

특히 좁은 면적에서 최대한 많은 고기를 생산하는 공장형태의 ‘밀집사육’으로 인한 폐해는 심각합니다. 동물 인권 등 윤리적 문제는 물론 최근 한반도를 강타한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같은 전염성 가축 질병의 원인으로도 지적되고 있죠. 전염병이 휩쓸고 간 축사의 경우 죽은 동물들을 그대로 땅속에 매장해버리는데 이때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등이 매립지 인근 토용과 지하수에 스며들어 다른 동물은 물론 인류에까지 치명적인 결과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고기를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비만, 심장병, 당뇨병 등은 모두가 아는 건강상의 폐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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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은 비건의 해’ 고기 권하는 사회에서 채식을 외치다

최근 환경 기구 단체들을 통해 육류 문화가 낳은 불편한 진실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를 반영해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가 확산 중입니다. 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까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 바로 ‘비건’ 열풍이 불고 있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대전망 2019’(The World in 2019)에서 올해는 ‘비건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는데요.



국제채식인연맹(IVU)에 따르면 전 세계 채식인구는 1억 8,000만명(2017년 기준)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은 단순히 먹는 것 뿐만 아니라 동물로부터 얻은 원료로 만든 옷이나 액세서리, 동물실험을 하는 화장품도 사용하지 않는 ‘비거니즘’을 실천하며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지난해 ‘비거니즘’에 대한 트윗이 2,000만 건에 달해 2018년 트위터 트렌드 1위에 올랐으며 채소와 경제를 조합한 ‘베지노믹스(vegenomics)’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죠.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글로벌 프랜차이즈업계들도 채식 메뉴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는데요. 미국의 경우, 글로벌 기업들 뿐만 아니라 학교·공공기관에서도 ‘고기 없는 월요일(Meatless Monday)’을 실시하는 등 채식 트렌드에 적극 동참하고 있죠.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국내에서도 채식 열풍이 불고 있는데요.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2~3%인 100~150만명이 채식주의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10년 전인 2008년(15만명)과 비교하면 10배나 증가한 수치죠. 채식 인구가 늘어난 만큼 채식 전문 레스토랑 또한 2010년 150여곳에서 2018년 기준 전국 350~400여곳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경기불황을 겪고 있는 외식 업계 내에서도 일명 ‘채식 혁명’이 일어났다고 말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죠.

‘채식’이 세계적 트렌드라고 해서 우리 모두가 당장 고기를 끊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또 육식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환경 파괴자라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우리가 먹는 것이 내 건강뿐 아니라 지구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도는 때때로 고민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거죠. 고기를 맛있게 먹는 순간 한 번쯤은 ‘먹히는 자(동물)’에 대한 예의를 떠올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아주 작은 행동의 변화가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삼일에 한 번 먹던 고기를 일주일에 한 번으로 먹고, 오늘 저녁 먹을 고기를 어제보다 조금 작은 덩어리를 선택하는 행동이 지구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작은 한걸음이 될 겁니다.


▶삼시세끼 시리즈 몰아보기 (아래 기사 클릭)

[아침] ‘밥보다는 잠?’ 아침은 언제부터 사치가 되었나

[점심] 점심시간 칼같이 사라지는 김대리는 어디 갔을까

[간식] 밥은 굶어도 디저트는 제대로...우리는 왜 달콤한 유혹에 빠졌나

※편집자주※

편의점 도시락부터 카페 브런치, 패밀리 레스토랑, 배달 음식까지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우리는 매일 ‘오늘 뭐 먹을지’ 고민합니다. 삼시세끼 먹거리를 고르는 일은 누군가에겐 소소한 즐거움이기도, 또 귀찮은 일이기도 하겠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식량이 부족하던 시대에서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로 바뀌는 데 반세기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먹는 것이 곧 ‘생존’이던 시대에서 이제는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You are What you eat·YAWUE)’이라며 먹는 것 하나에도 큰 의미를 두는 시대로 접어들게 된 거죠. 불과 몇 십 년 사이 우리의 식생활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변했습니다. 특히 언젠가부터 TV와 유튜브 등에서 복붙이라도 한 듯 ‘먹방 콘텐츠’가 쏟아지고 젊은 세대의 시청률도 꾸준히 느는 걸 보면 먹는 것에 대한 현대인들의 새로운 욕구가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보다 훨씬 풍족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갈수록 왜 먹는 것에 더 집착하게 됐을까요? 썸오리지널스는 삼시 세끼에 간식을 더한 ‘아침·점심·저녁·간식’ 네 파트로 나눠 각 끼니별 특성에 따라 시대별로 바뀌어온 라이프 트렌드 전반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정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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