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중동에 750명 추가 파병...이라크 '美대사관 습격'에 강경대응

에스퍼 "다른 병력도 곧 파견"

제2 벵가지 사태 막기 안간힘

1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포트브래그 군기지에서 미군들이 이라크로 가는 공군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AP연합뉴스1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포트브래그 군기지에서 미군들이 이라크로 가는 공군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 습격 사태에 대응할 병력을 급파하는 등 ‘제2의 벵가지 사태’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2월3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군이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를 폭격한 데 항의하는 시위대가 바그다드 주재 미대사관을 공격하자 미 국방부가 이에 대응할 병력 750명을 급파하기로 했다.


이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최근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제82공수사단의 즉각대응군(IRF) 보병대대를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군 사령부의 작전지역에 파견하기로 인가했다”며 “다른 병력도 수일 내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뉴스는 제82공수사단 내 4,000명 규모 여단의 낙하산 부대원들도 수일 내 투입될 수 있도록 군장을 챙기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이날 오전 시위대가 대사관을 공격하자 쿠웨이트에 주둔 중인 100여명의 미 해병대를 바그다드로 급파했다. 이 해병대는 1일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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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신속하게 강경 대응에 나선 데는 이번 대사관 습격이 ‘제2의 벵가지 사태’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벵가지 스타일의 참사에 대한 망령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외교참사’로 기록된 벵가지 사태는 지난 2012년 리비아 동부 벵가지에서 무장시위대가 ‘무슬림 모독’을 이유로 미국영사관을 공격해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와 직원 3명이 목숨을 잃었던 사건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군 장비를 갖춘 우리의 많은 전사가 즉시 현장에 급파됐다”며 “반(反)벵가지!”라고 강조했다. 벵가지 사태 때와 달리 자국민 보호에 성공했다는 점을 내세워 전임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부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 미대사관 습격 사태로 미국의 대(對)이란 정책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제재로 이란의 양보를 받아내려는 ‘최대 압박’ 작전에도 이란은 항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되레 걸프 지역 곳곳에서 시아파 민병대 등을 동원한 군사행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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