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클래식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베토벤’이다. ‘악성(樂聖)’으로 불리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년 12월17일∼1827년 3월26일)의 탄생 250주년을 맞아 이미 전 세계 클래식 음악계는 베토벤 열기로 뜨겁다. 베토벤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전환기 시대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평소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클래식 작곡가’로 평가되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그의 레퍼토리를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음악가로는 치명적인 청력 상실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베토벤의 음악이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2020년을 아름답게 수놓을 예정이다.
올해 가장 기대를 모으는 베토벤 관련 공연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독특한 개성의 마에스트로 테오도르 쿠렌치스와 오케스트라 ‘무지카 에테르나’의 첫 번째 내한 공연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도 함께한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명지휘자 일리야 무신을 사사한 쿠렌치스는 유명 오케스트라로 가는 대신 러시아 작은 도시 페름에서 오케스트라 ‘무지카 에테르나’를 직접 창단했다. 이후 쿠렌치스는 극적인 표현과 신선한 해석으로 단숨에 세계 음악 팬을 사로잡았다. 그가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지만 대중성만큼은 현재 세계 최정상급이다. 지난해 2월 도쿄 공연과 독일 베를린 공연은 순식간에 매진됐으며, 여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오는 4월 7일과 8일 양일간 열리는 그의 첫 내한공연은 베토벤의 대표작품인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5번과 7번으로 구성됐다.
베토벤의 출생지인 음악 도시 본을 거점으로 한 오케스트라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도 전체 베토벤 프로그램으로 6월 한국 관객을 찾는다. 1971년생의 젊은 지휘자인 디어크 카프탄이 지휘봉을 잡고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선보이며, 거장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협연자로 나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한다.
‘현존 최고의 베토벤 해석 권위자’ ‘살아있는 베토벤’ 등 화려한 수식어를 몰고 다니는 세계적인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는 2019년에 이어 올 9월 또다시 한국 관객들을 찾아온다. 본인이 직접 선정한 세계 최정상급 실내악단 중 하나인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를 직접 지휘하고 피아노 협연도 맡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국내 교향악단 중에는 KBS교향악단이 세 번의 ‘올(All) 베토벤’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5월 레너드 슬래트킨 지휘, 파질 세이 협연으로 피아노협주곡 3번과 교향곡 7번을, 8월에는 정명훈 지휘, 카티아 부티아티슈빌리 협연으로 피아노협주곡 1번과 교향곡 6번 ‘전원’을, 9월엔 휴스턴심포니의 명예 지휘자의 한스 그라프의 지휘 하에 에마뉘엘 액스 협연으로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와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도 2020시즌의 시작을 수석객원지휘자 티에리 피셔, 바이올리니스트 카바코스의 베토벤으로 알린다. 다만 코리안 심포니의 경우 정기연주회에서 베토벤 곡을 연주하는 프로그램은 9월 딱 한 번뿐으로, 올해에도 지난해 시작한 ‘말러 시리즈’에 집중한다.
한편 국립오페라단도 오는 10월 베토벤이 남긴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를 무대에 올린다. 프랑스대혁명 당시 남장을 하고 감옥에 갇힌 남편을 구출한 귀족 부인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베토벤이 8년에 걸쳐 작곡하고 2번의 개정을 거쳐 세상에 내놓은 걸작으로, 가장 완벽한 오페라를 꿈꿨던 베토벤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