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의회가 내전 중인 리비아에 자국 군대 파병을 승인했다. 파예즈 알사라지 총리의 리비아통합정부(GNA)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지 세력이 양분된 리비아에 터키군이 파병될 경우 리비아 내전이 외세의 대리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터키 의회 의원들은 이날 정부가 제출한 리비아 파병 동의안 논의를 위한 긴급회의에서 표결을 실시해 찬성 325표, 반대 184표로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터키 대통령실은 GNA의 파병 요청이 있자 지난해 12월 말 리비아 파병 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GNA가 요청할 경우 터키가 군사장비를 제공하고 군사훈련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안보·군사협정에 따른 조치였다. 터키 정부는 리비아 파병이 리비아와 동지중해에서의 자국 이익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리비아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파병으로 분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후 2014년부터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서부를 통치하는 GNA와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동부 군벌세력으로 양분됐다.
양측의 대결은 지난해 4월 하프타르 최고사령관이 자신을 따르는 부대들에 수도 트리폴리 진격을 지시하면서 본격화했다. 최근 몇 주간 하프타르 사령관이 트리폴리 탈환을 위한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전투’를 선언하면서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에 터키 정부가 GNA와 체결한 협정에 따라 파병을 결정했지만 문제는 LNA를 지지하는 국가도 여럿 있다는 데 있다.
GNA는 유엔이 인정한 리비아의 합법정부로 이슬람단체 무슬림형제단에 우호적인 터키와 카타르의 지지를 받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 등은 하프타르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 서방 진영에서는 이탈리아가 GNA를, 프랑스·러시아는 하프타르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칫 터키의 파병이 각국의 파병 도미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런 점을 우려해 아랍권 국제기구인 아랍연맹(AL)은 지난해 12월31일 이집트의 요청으로 긴급회의를 열어 리비아 내전에 대한 외국의 개입을 거부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파병 추진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2일 오후 호건 기들리 부대변인 명의로 낸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외국의 간섭으로 리비아의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지역 문제 해결에서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파병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리비아 내전 상황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