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공습에 이란 군부 실세가 사망하는 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미군이 중동에 대한 병력 증파에 본격 나섰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은 미군 수백명이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포트 브래그 기지에서 쿠웨이트를 향해 떠났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주 초반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이 이라크의 친이란 시위대에 공격받은 데 따라 중동으로 긴급히 출발한 병력 700명과 합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미군 82공수부대의 대변인인 마이크 번스 중령은 “82공수부대 내 신속대응병력 3,500명이 수일 내로 중동에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병력 증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공습으로 사망하자 이란의 보복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화물기에 짐을 싣던 한 항공병은 군 내부의 촬영기사에게 ”새해를 맞아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병력 수송을 도우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하는 등 병력 증파 결정이 급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새해 바로 전날 중동으로 파병된 82공수부대원의 아내도 ”남편이 너무 갑작스럽게 소집 통보를 받은 뒤 떠나 직접 만나 인사를 하는 것은 물론, 전화로 작별 인사를 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이번 파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번스 대변인은 ”신속대응군 소속 병사들은 해외의 위기 상황에 재빨리 대응할 준비를 항상 갖추고 있다“며 ”상관에게 전화를 받으면 병사들은 2시간 내로 (전투)장비로 무장한 채 기지로 와 18시간 안에 파병지로 갈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국 해군은 중동에서 긴장이 높아짐에 따라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자국 선적 선박을 호위하기로 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영국 국기를 달고 항해하는 모든 선박에 대한 호위 임무에 복귀할 것을 영국 해군에 명령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이 같은 조치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피살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이 다시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