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법체계는 인공지능(AI) 혁신을 목표로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법률 시스템이 되레 개선과 혁신을 지연시킵니다.”
3일(현지시간) 미 샌디에이고에서 개막한 전미경제학회(AEA)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는 구조적 저성장 시대의 대안으로 꼽히는 AI와 핀테크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혁신과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를 통해 경제성장 속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 사회로 열린 ‘핀테크, 금융안정성 그리고 규제’ 세션에서는 혁신을 위해서는 기술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법체계를 정부가 빨리 합리화하고 사이버보안 같은 인프라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07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AEA가 40세 이하의 최고의 젊은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한 수전 애티 스탠퍼드대 교수는 “정부의 역할은 기업과 사회 등 공공에 더 좋은 조항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동안 기업들이 사이버보안과 사기방지, 회계 등 여러 분야에서 중복 투자가 너무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뚜렷한 가이드 라인을 통해 규제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세션 후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타다 금지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효율적이라면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소비자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제 운전은 더 이상 풀타임 일자리가 아니다”라며 “(서비스로) 더 싸고 좋아지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혁신, 생산성 그리고 규제’를 주제로 열린 또 다른 세션에서는 프랑스의 사례를 들어 종업원 수가 50명이 되면 규제가 급격하게 증가하며 이 같은 규제비용이 기업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외에도 올해는 농업분야의 혁신연구와 빅데이터를 다룬 세션들이 눈에 띄었다. 한미경제학회도 ‘AI와 빅데이터, 그리고 알고리즘 경쟁’ 세션을 통해 현재의 업계 상황과 신기술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는 최저임금에 대한 연구 결과도 쏟아졌다. 런던정경대(LSE) 가브리엘 알펠드와 고용연구소(IER) 던컨 로스 등은 독일의 사례를 분석해 “최저임금은 중위소득의 46% 수준일 때 최대 고용 효과를 창출하고 중위소득의 80%를 웃도는 지역에서는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UC버클리 데이비드 카드는 “최저임금 인상의 파장은 레스토랑의 등급에 달렸다”며 “최저임금이 1달러 오르면 중간등급인 3.5등급 레스토랑이 퇴출당할 가능성이 10% 높아지지만 최고등급인 5등급 레스토랑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분석했다. 고급 레스토랑은 임금 변화를 가격에 반영하면 되지만 경쟁이 심한 중저가 음식점은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의 대니얼 쿠퍼·마리아 프라도, 매사추세츠공대(MIT) 조너선 파커는 “최저임금을 10% 인상할 때 해당 지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14%포인트, 명목 개인소비는 0.22%포인트 각각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샌디에이고=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