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더블 아이리시

0615A39 만파



2014년 구글·애플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세계에서 해마다 무려 1,000억~2,400억달러(약 277조원)의 법인세를 합법적으로 탈루한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본국으로 들여오지 않고 조세회피 지역의 페이퍼컴퍼니에 모아두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법인세를 낮추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른바 ‘더블 아이리시(Double Irish)’다. 이는 ‘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의 준말이다. 2개의 아일랜드 법인과 그 사이에 1개의 네덜란드 법인을 만들어 서로 자금을 주고받는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는 모습이 마치 샌드위치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아일랜드의 경우 법인세율이 1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낮은데다 자국 등록 기업을 관리하는 회사가 다른 나라에 있을 경우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빈틈을 교묘히 이용했다. 아일랜드도 이 제도를 이용해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법인을 유치하는 데 톡톡히 도움받았다.


더블 아이리시 실상이 밝혀지자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먼저 나섰다. EC는 아일랜드에 관련 면세 제도를 폐지하지 않으면 전면 조사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아일랜드는 이듬해부터 면세혜택을 폐지하고 기존 기업은 6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OECD와 주요20개국(G20)은 각국에 매출을 대상으로 하는 일명 ‘디지털세(구글세)’ 부과를 권고했다. 구글세라는 이름은 구글 매출의 80%가 미국 이외 지역에서 발생해 조세회피의 대명사 격이 되면서 붙여진 것이다. 구글이 더블 아이리시로 탈루한 세액은 2016년 기준 37억달러(약 5조6,17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프랑스가 맨 먼저 지난해 미국 기업들에 디지털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미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하겠다고 해 무역마찰 조짐도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구글이 올해부터 더블 아이리시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부터 더블 아이리시 유예기간이 끝나는데다 디지털세 부과 명분도 줄이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국적 기업들이 착하게(?) 세금을 모두 낼 것 같지는 않다. 이들이 또 어떤 절세 수단을 찾아낼지 궁금해진다. /오현환 논설위원

오현환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