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이 내세우는 외견상 논리는 그럴듯하다. 합병되면 DH가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 업체가 되고 결국 중개수수료를 올려 자영업자와 고객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미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민간기업 M&A에 의원들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데는 정치적 목적이 배어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택시 표를 의식해 타다를 좌절시킨 데 이어 이번에는 또 다른 스타트업을 볼모로 자영업자 민심을 자극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독과점 문제만 해도 합병으로 90%를 점유한다지만 전화주문 시장을 포함하면 40%가 안 되고 네이버 등 잠재적 경쟁자까지 고려하면 논리 자체가 군색해질 수 있다. 중개수수료도 업체가 인상은 없다고 수차례 밝혔고 약속을 어길 경우 소비자들은 곧바로 대체재를 찾을 것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합종연횡과 혁신의 깃발이 나부끼는 풍토에서 시장판도는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에 대한 부정적 시선 때문에 혁신기업들이 자금회수를 위해 외국 자본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국내 M&A 시장의 초라한 현실이다. 선진국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혁신기업들이 M&A로 대박을 터뜨리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정치논리와 편협한 시장규율의 잣대에 사로잡혀 벤처생태계를 죽이고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