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전년 동월 대비 9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불황형 흑자 기조는 더욱 짙어졌다.
한국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진 탓에 해외투자가에게 지급되는 배당이 줄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커진데다 수출입은 동반 두자릿수 감소했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진 셈이다. 경상수지의 허리를 담당하는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 동월 대비 9개월째 감소했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11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 흑자는 59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억4,000만달러 늘었다. 전년 대비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 3월(-3.3%)부터 8개월 연속 줄었다가 9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경상수지 흑자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 전환은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해외투자가 배당금 지급이 축소된 게 영향을 미쳤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9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3억4,000만달러) 대비 6억3,000만달러 늘었다. 외국인 투자가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을 의미하는 하위 항목인 투자소득배당지급액은 10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3.5% 줄었다. 감소폭은 지난 2017년 7월(-57.6%)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 동월 대비 1억1,000만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갈등과 반도체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전월에 비해서도 약 7억달러 감소했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 동월 75억달러에서 지난해 11월에는 73억9,000만달러로 1억1,000만달러 축소됐다. 국제수지 기준 상품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0.3% 하락한 465억달러로 나타났다. 수입액은 11.7% 감소한 391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과 수입이 함께 줄어들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인 셈이다. 누계 수출액으로 보면 지난해 1~11월까지의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718억3,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1,034억6,000만달러)대비 300억달러 이상 줄어들었다. 11월까지의 잠정치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난해 경상수지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전망도 어둡다. 한은 관계자는 “이란 사태로 유가가 계속 오른다면 경상수지에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며 “수출·수입 물량이 변함없다고 가정할 때 국제유가가 10달러 오르면 경상흑자는 90억달러 감소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