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과 통합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제3지대 의원들 사이에서 “이대로 가면 죽는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진 물갈이’가 이뤄져야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고 이를 구심점 삼아 중도정당 통합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다선 의원 불출마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7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등 제3지대 의원들은 통합 논의와 인적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민주평화당의 한 초선 의원은 “통합 없이 지금 상태로 가면 다 죽는다”고 걱정했다. 한국갤럽이 광주MBC 등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12월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 18개 지역 중 군소정당은 6곳을 제외하고 모두 패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당 지지율이 5% 아래에 머물고 있다. 제3지대 통합 등 대대적인 변화가 없으면 지난 20대 총선 때 호남을 석권했던 ‘국민의당’ 돌풍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바른미래당 당권파의 한 의원은 “통합과 인적쇄신이 없는 제3지대 통합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다선 의원 중 불출마자가 한 명도 없어 ‘옛날 당’ 이미지가 굳는 데 대한 걱정이 크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불출마가 줄을 잇는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과 달리 군소정당 다선 의원들은 자기 자리 지키기에 전념하고 있다. 이래서는 구태정당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다”고 개탄했다. 대안신당은 평균 의원 선수가 2.6선이다. 국회 내 정치세력 중 다선 비율이 가장 높다. 그 뒤를 바른미래당 당권파(2.44선), 민주평화당(2.4선)이 뒤따른다. 불출마 선언이 연일 나오는 한국당(2.11선), 민주당(2.02선)보다 높다.
문제는 중진들이 ‘불출마 눈치싸움’을 벌이는 사이 새 인재 영입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중도신당 깃발만 꽂으면 인물이 몰려드는 게 아니다. 출마할 곳을 현실적으로 보장해줘야 인재 영입도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지역구 의원 중 불출마자가 생겨야 그 자리를 영입 인재에게 양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옛날 정당’ 이미지가 굳어질수록 참신한 인재가 제3지대를 굳이 찾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적쇄신이 지지부진하자 통합 논의도 난항을 겪고 있다. 대안신당을 비롯한 중도세력들은 새 정치의 아이콘이 될 만한 인물을 탐색하고 있다. 과거 국민의당이 일으킨 ‘녹색 돌풍’은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라는 구심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이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접촉하기도 했지만 아직 성과를 내놓은 당은 없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결국 안 전 의원 같은 중심이 생겨야 통합 논의도 불붙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