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을 둘러싼 불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본격적인 고위층 소환조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이복현 부장검사)는 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해 김신(63) 전 삼성물산 대표를 소환했다. 이날 오전 9시께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김 전 대표는 “고의로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합병 비율이 정당했다고 보나”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청사로 들어갔다.
김 전 대표는 2015년 합병 시점을 포함해 2010∼2018년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검찰이 지난해 9월26일 삼성물산을 압수수색하며 합병 의혹 수사를 공식화한 이래 사장급 인사가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병 과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과정과 직결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앞서 국민연금, 용인시청, 다수의 삼성 계열사와 증권사가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삼성물산이 해외공사 수주 등 실적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회사 가치를 고의로 떨어뜨린 정황이 있다고 의심한다. 삼성물산은 2017년 5월 2조원 규모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공사를 수주했으나, 이를 합병이 결의된 후인 같은 해 7월 말에야 공개했다. 2015년 상반기에는 신규주택 공급량을 줄였다가, 합병 이후에야 서울에 1만994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하기도 했다.
검찰은 당시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 그룹 차원에서 주가를 조작한 정황이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김 전 대표를 시작으로 장충기 당시 미래전략실 차장,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등 그룹 수뇌부가 차례로 소환될 전망이다.
다만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찰 간부 인사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수사팀과 지휘부 구성원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금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나 공판 역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해 국민이 검찰에 맡긴 책무를 완수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삼성바이오 등 주요 수사의 중요성을 우회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