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호르무즈 봉쇄설'에…우회로 찾는 해운업

중동 항로 물동량 위축땐 '직격탄'

美·이란 갈등고조에 사고위험 커

보험료·연료비 등 인상도 불가피

업계, 통항 선박 대체항 탐색 등

해협 봉쇄 현실화 대비 나서

오만해에서 공격을 받은 유조선 ‘프런트 알타이르’가 불에 타며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연합뉴스오만해에서 공격을 받은 유조선 ‘프런트 알타이르’가 불에 타며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 사태’로 해운·조선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이 중동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까지 언급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교역 물동량이 크게 위축돼 해운업체들은 직격탄을 맞는다. 전쟁 위험이 커지면서 보험료·할증료·연료비 등 비용 부담도 높아져 전체 물동량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011200)을 비롯한 국내 해운업계는 호르무즈해협을 통항하는 선박들에 대한 대체항과 우회 경로를 검토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국내 선사들과 실시간 연락망을 구축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해운업계가 이런 대응에 나서는 것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란 케르만주(州) 담당 혁명수비대 골라말리 아부함제 사령관은 지난 4일 ‘이란이 미국에 어떻게 보복할 수 있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호르무즈해협·오만해·페르시아만을 지나는 모든 미국 선박은 우리가 타격할 수 있는 사정권 안”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위협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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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의 바닷길로 세계 원유 하루 물동량의 20%에 달하는 1,700만배럴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80%는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로 공급된다. 아시아 주요 선사의 유조선들은 대부분 이 해협을 지난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란 사태가 장기화하면 중동 항로 물동량이 곤두박질칠 것”이라며 “물동량이 5~6%만 감소해도 전 세계 해운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세계 석유 혈관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 악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에는 미국과 이란 갈등 고조로 각종 비용이 늘어나는 점도 악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선박 보험료다. 글로벌 보험사들은 전쟁 위험 지역을 항해하는 선사에는 별도의 보험료를 받는다. 일부 보험사들은 이미 해운사들에 보험료를 20~30배 인상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호르무즈해협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한 후 이 지역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보험료가 3~4배 올랐다.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사고위험에 따른 추가비용과 유가 상승으로 인한 해상운임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불리한 요소다. 화주들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해운업계가 비용상승 일부를 떠안을 수도 있고 물동량 자체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운업계가 화주에 청구하는 전쟁위험할증료(WRS)는 조만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WRS는 선사가 전쟁 위험 지역이나 전쟁 지역에서 싣고 내리는 화물에 대해 부과하는 운임이다. 지난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당시 중동 지역을 오가는 선사들이 도입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7월 중동 노선에서 운송하는 화물에 대해 1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40~50달러, 1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00달러 정도를 부과했다. 이란발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지난해 말 유류할증료를 부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유가 상승분을 운임에 반영할 수밖에 없어 화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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