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새로 입주한 아파트가 직전 주택경기 상승기였던 2000년대 초중반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 아파트 공급물량이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에도 줄지 않았다는 시 측의 주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수치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옥죄고 도시재생 방식의 주택 정책을 펼친 결과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서울 아파트로 서울에 임대주택이나 일반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공급량과는 별개의 이야기”라며 “도시재생만으로는 충분한 아파트 공급이 이뤄질 수 없는 만큼 재개발·재건축을 공급의 주요 축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가격 하락기와 비교, 공급량 충분하다는 서울시 = 8일 본지가 부동산114에 의뢰해 지난 2000년 이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을 분석한 결과 2002년부터 2007년 사이 6년간 33만 7,359가구에 달했던 공급량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8만 4,659가구로 5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시는 지난 6일 열린 주택 수급 간담회에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물량이 직년 6년(2008년부터 2013년)과 비교해 오히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박 시장 체제 이후 주택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취지다. 박 시장이 취임한 것은 2012년이지만 아파트 공사기간이 평균 2년 이상 걸리는 것을 고려할 때 2014년 이후 준공 물량이 박원순 시장 정책으로 공급된 물량이라고 서울시는 보고 있다.
시는 현재 주택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근거로 2008년~2013년과 2014년~2019년 물량을 비교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8년 ~ 2013년 입주물량은 16만 가구이고, 2014년~2018년은 18만 가구다. 문제는 2008년 ~ 2013년 당시가 금융위기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침체 되면서 공급도 감소한 시기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가격 상승기 시점과 비교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직전 상승기와 비교하면 이처럼 공급이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택경기 하락기와 비교해 최근 6년간의 공급량이 늘었다고 해서 공급이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류가 있다”며 “부동산의 흐름이 10년의 주기를 보이는 특징이 있으므로 시계열을 20년까지 넓혀 같은 가격 상승기를 기준으로 공급량을 비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서울 외 기타 지역은 공급 안 줄어 = 서울 외 지역과 비교하면 공급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6년간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입주한 아파트는 152만 8,170가구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151만 2,542가구로 감소율이 1%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45%나 줄어든 서울과는 대비된다. 직전 가격 상승기와 비교하면 서울은 공급이 크게 줄고, 그 외 지역은 거의 줄지 않은 것이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고삐를 놓아주지 않는 이상 아파트 부족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는 2012년 이후 뉴타운 출구전략을 시행하면서 393곳의 정비구역을 해제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지난 2018년 9월 그린벨트를 해제해 서울 내에 아파트를 공급하려던 국토부와도 대치하는 등 대규모 택지개발에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