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과 개천절 광화문 집회에서 경찰에 폭력을 행사한 탈북민 단체가 함께 폭력집회를 사전 모의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전 회장은 앞서 자신은 탈북민 단체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도 이러한 사실을 파악했고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튜브 채널인 순국결사대방송TV는 지난해 9월26일 5개의 영상을 게시했다. 당시는 10월3일 개천절 광화문 대규모 집회를 일주일 앞둔 시점이다. 영상에 따르면 전 회장과 한기총 회원 등 200여 명이 모여 집회 사전계획을 모의했다.
전 회장은 이 자리에서 탈북민 단체를 직접 언급했다. 전 회장은 1시간 가량의 예배 강연을 진행한 뒤 10월3일 집회 계획을 설명하면서 탈북민 단체를 거론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제일 선발대로 서서 아예 목숨을 건다고 내게 말했다”며 “공산주의가 싫어서 우리나라를 왔더니 더 큰 공산주의자가 있어서 더 이상 안 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 회장은 한기총 회원들에게 경찰 차벽을 넘는 방법을 설명하며 불법행위를 주도했다. 그는 “(청와대 진입) 전략은 앞으로 ‘총사령관’이 나와 여러분과 함께 상의할 것”이라며 “우선 (전략 중 하나로) ‘사다리 전법’이 있는데 여러분께 사다리를 다 선물로 줘서 버스 위로 올라가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탈북민 단체 관계자도 무대에서 발언했다. 이 관계자는 “탈북민들이 (집회에서) 가장 앞장서서 목숨 바칠 각오하겠다. 북한 정권보다 더 포악한 문재인 정권 앞에서 평화적 시위는 말이 안 된다”며 “정말 이 정권을 무너뜨릴 각오가 돼 있다면 이번 기회에 목숨 바칠 용사들이 청와대 (담을)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집회 현장을 지휘할 ‘행동대장’을 언급하며 계획을 세우자고도 했다. 그는 “행동대장이 치밀하고 전투적인 계획과 방향을 제시해줘야 하는데 (앞으로) 행동대장님이 말씀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기총 관계자는 전 회장을 한기총 회원들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도자(전 회장)가 청와대를 넘어가자고 하면 넘어가는 것”이라며 “청와대 담을 넘어가는 순간 목숨은 이미 하느님에게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폭력집회는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벽 등을 넘어가되) 집회에 각목이나 파이프 등을 가져오면 절대 안 된다. 무장은 절대 금지”라고 밝혔다.
전 회장은 지난 2일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불법집회를 주도한 혐의에 대해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우리와 관계 없는 탈북자 단체가 경찰저지선을 돌파했고 당사자들은 연행됐다 하루 만에 훈방조치로 풀려난 일”이라고 밝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 회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기각된 뒤 영장 재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앞선 영장 신청의 경우 전 회장의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지만 전 회장이 받는 다른 혐의도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 회장은 내란 선동과 기부금품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과 학력 위조 등 혐의로도 고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