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수익성 악화로 투자 안하는 기업들, 운용자금 1년새 76% 줄어

기업들 빌린 돈에서 여유자금 뺀 순자금조달 규모 18조9,000억원

운용자금 줄어들고 회사채 발행 늘어난 탓




지난해 3·4분기 우리나라 기업들이 빌린 돈이 예금·주식 등 기업이 보유한 자산보다 19조원 가량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2·4분기(26조7,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기업들의 자금운용 규모도 1년 사이에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기업들이 자금을 빌려 운영자금에 사용하고 주식·채권 등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하반기에 들어서도 확장 재정을 지속한 정부의 자금운용은 쪼그라들었다. 반면 가계는 부동산 투자 수요가 감소해 여유자금이 늘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19년 3·4분기 중 자금순환’ 잠정치에 따르면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전년동기대비 10조1,000억원 증가한 18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자금조달은 가계나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가 빌린 돈에서 예금·펀드 등에 투자한 여유자금을 뺀 금액을 의미한다.


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가 늘어난 것은 투자 등에 사용되는 운용자금이 대폭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3·4분기 기업의 자금운용액은 전년동기 41조6,000억원에서 76.8% 감소한 9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2·4분기(9조1,600억원) 이후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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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경기 불황과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 등 직접금융 방식으로 빚을 늘린 점도 순자금조달 규모가 증가한 이유다. 지난해 3·4분기 기업들의 직접금융 자금조달액은 13조9,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000억원 증가했다. 이인규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기준금리가 1.25%로 하락하면서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여건이 좋을 때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늘려 불확실성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빚이 늘면서 기업들의 금융부채는 금융자산을 넘어섰다. 지난해 3·4분기 기업의 순금융자산은 전분기대비 31.5% 하락한 14조3,000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기업의 부채가 자산보다 커진 것은 2016년 3·4분기 이후 3년 만이다.

다른 경제주체인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복지 등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순자금운용 규모가 16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7.2% 줄었다. 반면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규모는 46.6% 늘어난 1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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