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에 반발해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보복 공격을 감행했지만 미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CNN방송은 8일(현지시간) 미 당국자 사이에 이란이 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의도적으로 공격 목표에서 제외했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혁명수비대가 이라크 미군기지를 공격하기 1시간여 전에 이라크 총리에게 공격 계획을 구두로 통보했고, 이라크는 미국에 사전 경보를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CNN은 이란은 미국의 강력한 방공 시스템이 고도의 경계 중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대규모 피해를 목표로 했다면 미사일 공격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공격 감행 후 트위터를 통해 이번 미사일 공격이 유엔 헌장에 따른 자위적 방어 조치라고 주장한 뒤 “우리는 긴장 고조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공격은 이란이 미국을 직접 보복했다는 명분을 취하면서도 미국에는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아 도발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주장할 여지를 제공하는 선에서 고안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공격에 대해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출구를 제공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승리를 확실히 주장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란의 군사작전이 종료됐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앞으로 갈등 소지가 다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이란은 추가 공격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향후 도발이 지속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간밤에 우리는 미국의 뺨을 한 대 때렸을 뿐이다”라며 “보복이라고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미국이 “솔레이마니 장군의 팔을 잘랐을지 모르지만, 이 지역에서 미국의 다리도 잘릴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