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술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양자컴퓨팅이 모빌리티의 심장 격인 배터리의 미래를 바꿔놓고 있다. 기존 차량 대비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이 오래 걸린다는 전기자동차의 한계를 정보기술(IT)로 극복하게 되는 것이다.
IBM과 다임러그룹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양자컴퓨팅을 활용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혔다. 현재 보편적인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지속 시간이 길고 폭발 위험은 줄인 ‘리튬황 배터리’를 개발해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에 탑재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이라는 두 개의 숫자를 조합해 순차 연산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양자의 얽힘과 중첩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연산하는 컴퓨터다. 0과 1의 조합을 동시에 나타내고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슈퍼컴퓨터도 빠른 연산능력을 자랑한다.
양자컴퓨팅은 배터리 내 각 분자의 에너지 특성을 시뮬레이션해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구현하는 데 활용된다. 서로 다른 리튬을 함유한 분자들을 모델링하면 연구자들이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상태의 배터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기존 컴퓨터로 복잡한 분자에 대한 연산을 하면 느리고 결과에 오류가 많지만 양자컴퓨팅은 이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배터리 시장 2위인 일본 파나소닉의 CES 전시부스에서는 배터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파나소닉은 차량용 전장 기기 및 콘텐츠에 대부분의 공간을 할애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배터리 기술 자체보다는 배터리를 활용할 수 있는 미래 제품들을 소개하면서 외연을 넓히려는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파나소닉은 일본 완성차업체 도요타와 합작사를 세워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