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이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 사건’을 재조명하면서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공개된 정보를 공유하면 처벌을 받는 규정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성단체는 “성범죄를 막기 위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법조계 인사들은 “가벼운 범죄자는 물론 가해자 가족들의 자유까지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성범죄자 알림e는 법무부와 여성가족부가 시민들이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지난 2010년부터 운영 중인 웹사이트다. 공개명령을 받은 성범죄자의 이름과 나이·키·몸무게·얼굴·전신사진 등 신상정보와 위치추적전자장치 착용 여부, 성폭력 전과 등이 확인된다. 하지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5조에 따르면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한 성범죄자 정보 공개는 금지되며 유포하면 징역 5년 이하, 벌금 5,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 2016년 가수 고영욱의 신상정보를 한 웹사이트에 올린 2명이 100만원 벌금형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성범죄자 정보를 캡처해 지인에게 보냈다가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도 있다.
여성단체 측은 성범죄자 정보 공유를 처벌하면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 자체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범죄자 알림e 정보 공유하면 처벌’ 제도적 보완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2018년에는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성범죄 알림e 공유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성범죄자 정보를 공개기간 내에 정보통신망을 통해 개인 간 공유하거나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단체 대화방 등에서 공유하는 경우 금지행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사이트에 접속하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를 재유포한다고 해서 엄벌에 처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기업이 채용 성차별을 범했을 때 벌금이 최대 500만원인데 이를 고려하면 과중한 처벌”이라고 말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정보 공유 처벌 규정을 옹호하고 있다. 김의지 형사 전문 변호사는 “성범죄자 정보를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페 등에 공유하면 범죄자 개인에 미치는 해악이 너무 크다”며 “비교적 가벼운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도 해당 사이트에 정보가 등록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부 판사 출신의 신중권 변호사도 “범죄자 본인이야 신상공개를 감당하더라도 문제는 가족들의 인생”이라며 “개인이 캡처화면을 통해 성범죄자의 개인정보를 공유할 경우 그 가족들은 이 나라에서 살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국가에서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공개하는 것과 개인이 다른 곳으로 퍼뜨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