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보컬의 역사와 전설을 이어갈 운명을 지닌 유일무이한 아티스트’
프랑스 유력 주간지 텔레라마(Telerama)는 한국의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을 이렇게 극찬한다. 예술가에게 최고 영예로 일컬어지는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두 차례나 받은 한국 가수 나윤선에게는 거창한 수식어가 아니다.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은 세계 문화와 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프랑스 정부에서 수여하는 훈장이다. 최고등급 순으로 꼬망되르(Commandeur)·오피시에 (Officier)·슈발리에(Chevalier) 세 가지 등급으로 나뉘는데, 나윤선은 2009년 슈발리에 수훈 후 지난해 10년 만에 그 상위 등급인 오피시에를 다시 받았다. 지금까지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를 받은 한국인은 배우 윤정희(2011), 영화감독 봉준호(2016), 화가 김창열(2017) 등이다. 가수로는 나윤선이 최초다.
나윤선은 쉼없는 음악 활동으로 일찌감치 해외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8년 한국인 최초로 독일 재즈 프리미엄 레이블 ACT와 계약을 맺고 세 장의 앨범을 발매했으며, 2010년 7집 앨범 ‘세임 걸(Same Girl)’로 프랑스 골든디스크를, 2013년 8집 ‘렌토(Lento)’로 프랑스와 독일에서 골든디스크를 수상했다. 2018년 프랑스의 쥬나스라는 도시에는 그의 이름을 딴 길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나윤선은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네 차례나 재즈&크로스오버 부문 최고 음반상을 수상하는 등 다양한 수상기록이 함께한다.
14일 그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수상 경력을 보탰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주관하는 ‘CICI Korea 2020’에서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불씨가 된 사람에게 수여하는 ‘부싯돌상’을 받았다. 2014년 세계 속에 한국의 이미지를 꽃피우는데 기여한 ‘꽃돌상’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수상 직후 나윤선은 “재즈는 라이브가 가장 중요한 음악인 만큼 다양한 나라에서 여러 사람들을 직접 만나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음악이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릴 때 들었던 한국 가요나 국악 등이 자유로운 음악인 재즈 안에 녹아들어 좋게 봐주신 거 같다”며 “매일 다른 곳에서 공연하며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음악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음악과 함께 했지만 그가 처음부터 재즈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나윤선은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해 1995년 26살 나이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프랑스 보베 국립음악원 성악과를 수석 졸업했다. 그렇게 한국을 떠난 젊은이는 이후 25년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자신만의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그는 세계적인 음반사 워너뮤직 그룹을 통해 10집 ‘이머젼(Immersion)’을 발매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이후 나윤선은 60여 회의 월드투어를 이어가며 지난해 12월에는 서울·부산·광주 등 11개 도시에서 2년 만에 국내 팬들과 만나기도 했다. 그가 생각하는 재즈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의 답은 이것이다. “재즈는 누가 연주하느냐, 누가 노래하느냐에 따라서 색깔이 달라진다. 그 다양함이 재즈의 가장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