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의 근본원인이 정부의 잘못된 처방인데도 이런 사실을 대통령조차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다. 매매든 전세든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려야 집값이 안정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공급은 틀어막은 채 수요 억제에만 매달리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12·16대책에도 시장이 잠잠해지기는커녕 곳곳에서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상황이다. 새해 들어 수도권 지역으로 매수세가 이동해 용인 수지구는 1월 첫주에 0.52%나 올랐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초고가아파트들이 숨 고르기를 하는 사이 대출규제에서 빠진 9억원 이하 아파트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청약시장의 열기도 여전해 10~13일 진행된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아르테자이’ 무순위 청약에는 3만3,500여명이나 몰려 경쟁률이 4,191대1에 달했을 정도다. 그만큼 더 나은 주거공간을 찾는 주택 수요가 넘쳐난다는 얘기다. 서울경제가 입수한 ‘2025 서울주거종합계획’을 보더라도 2025년까지 주택 수요는 67만가구인데 공급은 46만가구에 그쳐 공급부족 물량이 21만가구에 이른다.
그런데도 정부는 집값 급등을 투기 탓으로 돌리며 수요가 많은 도심 재개발·재건축 등을 통한 공급확대를 외면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급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유동성 과잉’ ‘투기자본’만 거론했을 뿐이다.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진단으로는 아무리 많은 ‘강력한 대책’을 내놓는다 해도 집값을 잡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