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미국의 JP모건체이스가 지난해 40조원을 웃도는 순익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채권거래 호조 등에 힘입어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꾸라졌던 수익성을 회복했다. JP모건의 전성기를 되찾은 제이미 다이먼(63)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장기집권 체제가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14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JP모건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364억여달러(약 42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4·4분기 순익만 보면 85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호조는 채권거래 성장세에 힘입은 것이다. 지난해 4·4분기 채권거래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86%나 늘어난 34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신규 주택담보대출 규모도 두 배 증가했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JP모건이 역사상 모든 미국 은행을 통틀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다이먼 회장은 “복잡하고 위험이 높은 지정학적 문제에 계속 직면했지만 세계 경제가 다소 회복되고 통상분쟁도 일부 해소됐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합의와 탄탄한 미국 경기로 지난해 채권 가격과 미국 주가가 동반 상승세를 보인 것이 수익 호조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JP모건은 중국 진출이나 신용카드 사업 확대 등으로 호실적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제니퍼 펩색 JP모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전국 지점 확대, 신용카드 사업의 시장점유율 제고, 중국 진출 추진 등으로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에 따라 JP모건은 미 투자은행 중 처음으로 중국에 합작 증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JP모건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다이먼 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지난 2005년 말 CEO에 오른 뒤 15년째 JP모건을 이끌며 월가의 최장수 CEO로 자리 잡았다. 2018년 초 CEO직을 5년 연장하기로 한 다이먼 회장은 실적을 통해 입지를 더욱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이먼 회장은 오는 2023년 은퇴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내 대답은 항상 같다. 5년”이라며 “실제 은퇴 날짜를 정하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NBC는 “은퇴 시점에 대해 약속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며 그의 장기집권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JP모건 외에 다른 미국 은행도 실적 호조세를 보였다. 씨티그룹은 이날 4·4분기 순익이 44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약 5% 증가했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시위에도 아시아로부터 10%의 수익을 올리는 등 전 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찰스 샤프 CEO가 이끄는 웰스파고의 경우 4·4분기 순익이 29억달러로 같은 기간 대비 약 52% 급감했지만 여기에는 15억달러 상당의 벌금이 크게 작용했다. 15일에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도 호조세를 기록할지에 관심을 쏠린다. WSJ는 “저금리 환경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미국 경제가 대형은행들의 이익을 밀어올렸다”면서 “올해도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대출 수요를 늘리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