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접촉 등을 하면 처벌받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예방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신진화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에이즈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남성 A(43)씨와 관련해 에이즈예방법 19조·25조2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15일 밝혔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다. 에이즈예방법 19조는 HIV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5조2항에 따라 3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법원은 이 같은 조항이 죄형 법정주의와 과잉금지 원칙 등에 어긋나 위헌이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봤다. 신 판사는 “‘체액’이 무엇인지, 또 ‘전파매개행위’가 무엇인지를 알기 어렵다”며 “법관에 따라 유무죄의 판단이 달라지거나 법집행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죄형 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에는 △에이즈를 실제로 감염시킨 결과범을 처벌하는 것인지 △HIV가 조금이라도 포함된 혈액과 체액을 전파하는 행위를 하면 처벌하는 것인지 △눈물, 땀, 타액도 전파되는 순간 해당되는 것인지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신 판사는 “타인과 같은 빨대를 사용하거나, 땀을 흘린 후 옷깃을 스치거나, 공중밀집 지역에서 재채기를 하는 등 감염인이 타인과 신체를 접촉하기만 하면 구성요건에 해당할 위험성은 무한히 확장된다”며 “감염인은 사실상 접촉을 동반한 인간적 관계를 모두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셈”이라고 언급했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함에 따라 해당 재판은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중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