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요리를 좋아하는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차가운 초밥을 그것도 고급 일식집이 아닌 마트에서 팔겠다고?’
베트남 롯데마트가 마트 내 초밥 식사 코너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현지 유통업계 반응은 싸늘했다. 초밥은 베트남에서 고급음식으로 인식된다. 이를 수많은 고객이 오가는 시끌벅적한 마트 한복판에 식사 테이블을 만들어 초밥을 골라 먹을 수 있는 코너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위의 시선은 차가웠다. 마트에서 일 할 초밥 셰프를 구하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였다. 마트 내 초밥 코너를 선보이기 위해 베트남 내에서 고급 일식집 셰프와 협업을 문의했을 때도 반응은 달갑지 않았다.
15일 오전 11시 롯데마트 베트남 1호 점포인 남사이공점. 11시를 갓 넘기면서부터 급격히 줄이 불어나더니 60~70개 테이블이 화이트 컬러의 젊은 직장인들과 데이트족들로 가득 찬 데다 기다리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지난해 5월 초밥을 포함한 푸드코너를 대폭 강화한 ‘밀솔루션’ 매장은 이 같은 신인류 베트남 현지인들이 맛집으로 꼽으며 자리 전쟁을 벌이는 곳이다. 마트에서 식사를 위해 줄 서는 행위. 이는 ‘물건을 사는 공간’으로만 인식되는 베트남 마트에 획기적 ‘사건’이었다. 이날 만난 베트남 롯데마트 관계자는 “‘밀솔루션’은 외식 자체상품(PB)로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단지 마트는 물건을 고르는 곳이 아닌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마트의 이미지를 탈바꿈하는 효과도 있다”며 “밀솔루션으로 하루 평균 방문객뿐만 아니라 객단가까지 상승했다”고 말했다.
◇최대 화두 그룹 간 시너지 보여준 해외점포=롯데그룹의 화두 중 하나는 ‘그룹 간 시너지를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이다. 롯데쇼핑이 올해 3월 3조원을 들인 통합쇼핑몰 ‘롯데온’을 두고서도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고민하는 그룹 간 시너지를 베트남 롯데마트가 보여줬다.
롯데마트 밀솔루션의 대표 메뉴 격인 초밥은 롯데호텔과 마트의 합작품이다. 초밥 메뉴는 롯데레전드호텔 30년 경력의 최상대 셰프와 협업해 기존 40여 품목에서 120여 품목으로 3배 가량 늘렸다. 최 셰프는 일주일에 3회씩 롯데마트를 찾아 초밥에 문외한 현지 직원들에게 초밥에 알맞은 쌀 품종부터 밥 짓는 법 등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가르쳤다. 지금은 전 14개 매장에서 밀솔루션을 만날 수 있다.
일종의 외식 PB인 밀솔루션의 경쟁력은 가심비다. 베트남 현지에서 초밥은 비싼 음식으로 분류되는데 새우, 계란, 연어 등 140종류의 초밥을 적게는 개당 250원에 먹을 수 있다. 현지 3분의 1수준이다. 밀솔루션 매장은 메뉴 개편 전인 지난해 3월 대비 6월 매출이 5배 이상 증가했고, 하루 평균 방문 고객도 22% 증가한 2,000여명을 기록했다. 객단가도 36% 증가했다.
밀솔루션 한 켠 에는 떡볶이, 어묵과 같은 한국 분식 코너를 지난해 9월 신설하는 등 마트는 한국음식을 알리는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다. 기존에는 한국 음식이 그저 구색만 맞추는 식이었다면 어엿한 한 끼 식사로 진화했다.
◇PB 천국 소문…각 카테고리별 1위=베트남 롯데마트는 물티슈, 두루마리 휴지, 세제 등 생활용품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파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제 티슈의 경우 기존 MD 상품보다 5배 넘는 판매량을 자랑한다. 세제, 비누, 김 과자 등 각 카테고리 별 1위 상품이 PB상품이다. 베트남에서 글로벌·현지마트의 PB상품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전체 매출의 2.4%에 지나지 않는 반면 롯데마트는 지난해 10% 넘어섰다. 세탁세제, 주방세제는 각각 12㎏, 2.6ℓ로 자영업자용으로 내놨지만 싸고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똑소리 나는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템이 됐다. 가격은 기존 브랜드 제품의 80% 정도이면서 제품력은 밀리지 않는 마케팅의 기본 전략이 주요했다. .
◇‘PB 버전 2’ 프리미엄 PB까지=롯데마트 PB가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에 방점을 뒀다면 롯데백화점은 베트남에 리빙PB ‘싸 메종’을 들고 나왔다. 리빙 PB 브랜드 싸 메종은 기획 단계부터 베트남 시장을 공략한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다. 가격 경쟁력으로 가성비를 앞세운 PB가 1세대라면, 시장에 생소한 프리미엄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PB 2세대다. 롯데백화점은 베트남에서 리빙 PB라는 현지 시장에선 생경한 상품군을 베트남 전용으로 선보였다. 싸 메종은 지난해 9월 오픈과 동시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물건을 구매하려는 수요뿐만 아니라 싸 메종에서 인증샷을 남기려는 20대 젊은 여성들로 매장은 더욱 북적인다. 한화로 식탁 25만원, 쇼파 80만원 등이다. 베트남에서 대졸 평균 임금이 50만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고가의 브랜드임에도 이미 싸 메종은 베트남에서 선망의 대상 브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호치민=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