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국내 증시가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올해 들어 주요국 증시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면서 외면받았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글로벌 정치적 불확실성이 개선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코스피지수는 1.88% 상승해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폐장일 코스피지수 종가는 2,197.67포인트였지만 14일 기준 종가는 2,238.88포인트로 41.2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지수는 1.86%, 홍콩 항셍지수 1.68%,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1.56% 상승했다. 아시아 신흥국 증시와 비교해도 코스피지수 상승세는 눈에 띈다. 지난해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대만 가권지수는 1.52% 상승했고 인도 센섹스지수는 1.69% 올랐다. 인도네시아·베트남지수는 각각 0.41%와 0.63%로 상승률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올해 코스피지수는 악재에 민감하고 호재에 둔감했던 예전과 달리 약세장에서도 다른 국가 증시보다 지수를 방어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미국이 미중 무역협상 합의에도 기존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차익실현 매물이 줄기차게 쏟아져 나왔지만 전날보다 0.35% 하락한 2,230.98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이날 일본 증시(-0.45%)는 물론이고 중국 상하이지수(-0.64%), 홍콩 항셍지수(-0.72%)보다 하락 정도가 덜했다.
글로벌 자금도 국내 증시를 기웃거리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상장지수펀드(ETF)인 ‘ISHARES MSCI SOUTH KOREA CAP’의 순자산은 최근 5일 동안 2억5,400만달러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1억3,100만달러), 홍콩(1억2,100만달러), 중국(9,000만달러), 대만(7,500만달러)보다 월등히 많은 수준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코스피의 상대적 강세는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자 중국과의 무역 비중이 높아 저평가됐던 국내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소재·장비·부품업체를 포함해 하드웨어 중심인데 최근 글로벌 자금이 지난해와 달리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하드웨어 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아울러 다른 국가 증시가 지난해 많이 올라 올해 들어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에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 기업으로 중심이 옮겨가는 상황에서 국내 IT 기업들이 대부분 하드웨어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성과가 좋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당분간 코스피지수는 급격한 상황 변화가 없다면 강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4·4분기 실적이 전망치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업들의 실적 개선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증시 방향성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은 개별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정부의 재정정책과 기업의 투자정책 확대가 어떻게 실물 경제에 성과로 나타나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