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토요워치]잘 쓰면 藥 vs 과하면 毒...구독경제의 두 얼굴

가격 저렴하고 품질비교도 쉬워

편의·경제성 다잡는 소비 가능

결정 후회해도 중도해지 어려워

'노예요금 함정'서 허덕일수도




# 두 살 난 자녀를 둔 직장인 이소원(30·가명)씨는 요즘 배달플랫폼 앱을 통해 아기 이유식을 정기 배달받아 먹이고 있다. 출산휴가를 마치고 직장에 복귀해 아기 끼니를 매번 만들 시간이 없어서였다. 매달 16만원씩 구독료를 주고 배송받고 있는데 직접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것에 견줘도 비용·품질 차이가 크지 않아 만족하고 있다.

# 대형프렌차이즈 업체에 근무하는 박만우(38·가명) 과장은 지난해 렌털중계 앱을 통해 골프채를 장기 임대했다. 매달 약 5만원씩 3년 약정으로 계약했는데 생각보다 골프 칠 일이 별로 없어 사실상 발코니 구석에 방치된 상태다. 중도반납하자니 위약금이 만만치 않고, 잘 쓰지도 않는데 매달 또박또박 요금을 내자니 아까워 고민하고 있다.


약정계약을 맺고 각종 제품·서비스를 일정 기간 정기 배달받거나 임대하는 구독·렌털서비스 중개 앱 서비스가 활성화하면서 소비패턴도 바뀌고 있다. 직접 원재료를 사서 만들어 쓰는 ‘DIY(Do It Youself)식 소비 경향은 한풀 꺾이고 중개 앱 플랫폼을 활용해 완제품 및 반제품을 배송받아 쓰거나, 제품 구매에 드는 목돈을 줄이고자 장기간 빌려 쓰려는 소비자들이 느는 추세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정보통신기술(ICT)로 진화하는 스마트렌털 시장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국내 렌털시장 규모가 지난 2016년부터 매년 평균 11.5%씩 성장해 올해 4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축인 구독경제시장의 국내 규모에 대해서는 분석자료를 찾기 힘들다. 다만 2015년 4,200억달러(약 486조원)였던 전 세계 구독경제시장 규모가 올해 5,300억달러(약 613조원)로 약 26%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 크레디트스위스의 분석을 감안하면 국내 구독경제시장도 상당한 성장세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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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및 렌털서비스는 이씨의 사례처럼 편의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서비스 상품이나 기업별로 사정이 다를 수 있겠지만 원론적으로 보면 서비스 기업이 고객을 위해 원료 등을 대량 구매해 원가를 절감하는 규모의 경제효과를 낸다. 따라서 이씨의 사례처럼 개별 소비자가 직접 제조하거나 직구매하는 것보다 비용효과 측면에서 구독 및 렌털서비스가 우수하다. 또 렌털 및 구독중계 앱을 통해 여러 소비자들이 상품이용 후기 및 평점을 올리기 때문에 해당 기업으로서는 품질과 가격에 대해 신경을 쓰고 관리하게 된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있다. 해당 후기 및 평점은 서비스 이용자가 구매 판단을 하는 데도 참고가 되기 때문에 좋은 상품을 합리적으로 고를 수 있는 ‘스마트소비’를 촉진한다.

반면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있다. 초기 구매에 목돈이 들지 않는 렌털 및 구독 서비스의 장점이 도리어 소비자들의 가격저항감을 무디게 만들어 과소비나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서비스는 대개 2~4년 약정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한번 구매 판단을 잘못하면 박씨의 사례처럼 중도해지도 쉽지 않아 반강제로 ‘노예요금’을 내게 된다는 점에서 관계당국과 업계의 약정제에 대한 개선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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