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사법제도 공식 연구기관에서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 대법관·헌법재판관 등 최고위직의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고 ‘몰래 변론’을 진행한 판사·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서를 낸 법관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찰 피해를 가장 크게 본 사람 중 하나로 알려진 차성안(44·사법연수원 35기) 판사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인 차성안 판사는 지난 1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해외의 전관예우 규제사례와 국내 규제방안 모색(1)·(2)’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차 판사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퇴직법관의 변호사활동으로 인한 사법불신이 ‘우려’를 넘어 ‘현실화’된 매우 심각한 상태”라며 미국과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주요 사법 선진국의 전관 방지 정책 사례를 소개했다.
차 판사는 이를 토대로 우선 사법부 최고위직의 로펌 진입부터 사전 봉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 개업 금지 방안을 대법관·헌법재판관 등 최고위직 법관부터 도입하고 고위 법관의 로펌 취업 제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차 판사는 이어 전관들의 수임 제한 기간을 현 1년에서 2~6년으로 대폭 늘리고 최종근무지가 아니라 퇴직 5~7년 이내 근무했던 모든 법원을 기준으로 수임을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문화된 기피·회피 제도를 대신해 연고관계 재배당 제도를 형사단독재판, 민사재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차 판사는 아울러 전화변론, 기일 외 변론 등 전관들의 이른바 ‘몰래 변론’에 대해 구체적 규제를 마련하고 위반 시 실효적으로 징계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전관 변호사와 현직 판사 간 연고관계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해 상대방 당사자, 시민단체, 사법행정권자 등이 감시할 수 있게 하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다만 이 방법은 일반 대중이 누가 전관인지 쉽게 알게 되는 만큼 오히려 이를 역선택 정보로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차 판사는 “한국의 전관예우 규제는 세계적으로 약한 수준”이라며 “규제형 대책들은 국회 입법을 통해 시행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만 법원의 규칙·정책이나 변호사 단체의 자치규정 등을 통해 실현 가능한 부분들은 입법 전이라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차 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주된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양승태 사법부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가 의혹의 시발점이 된 ‘법관 블랙리스트’ 사찰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차 판사 성향은 물론 차 판사의 재산변동 등 사생활까지 파악한 정황이 담긴 ‘차성안 판사 재산관계 특이사항 검토’ 문건까지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