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윤 생활산업부 기자
연말연시에 발표된 유통가 인사 트렌드는 30·40대 젊은 임원의 탄생이다. 대표적인 예가 1980년대생 상무를 두 명이나 발탁한 LG생활건강이다. 보여주기 식 ‘소년 급제’라기보다는 실적주의에 입각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하고 또는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젊은 피에서 찾겠다는 기업의 결단으로 받아들여졌다.
비단 임원뿐이겠는가. 유통업계에서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수장들의 면면을 보면 조만호 무신사 대표(1983년생), 박은상 위메프 대표(1981년생), 김봉진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1976년생) 등 대다수가 20·30대에 창업해 1조원 가치의 기업으로 키워낸 밀레니얼 세대다.
하지만 정치권은 어떤가. 청년을 외치지만 청년은 보이지 않는다. 트렌드를 재빨리 읽고 대처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라면 유통가만큼 정치권에도 필요할 텐데 말이다. 각 정당별 청년위원회 정도가 활동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소꿉놀이’로 치부하는 게 현실이다. 청년 몫 비례대표라는 1~2석의 바늘구멍을 제외하면 현 청년들이 현실 정치에 뛰어들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선거철만 되면 젊은 인재들을 영입한다지만 통상 생색내기용 특보, 자문단에 자리만 주어질 뿐 정작 지역구 출마 등으로 이어지는 비중은 사실상 낮다. 당장 떠오르는 청년 정치인이라면 이준석 새로운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과 민주당으로 강남구의원을 지낸 여선웅 전 청와대 소통정책관 정도다. 총선을 앞두고도 진보정당이 청년을 외면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정의당 정도만이 비례대표 당선권에 청년을 배치하겠다고 생색을 냈을 뿐 거대 양당의 적극적인 젊은 피 수혈은 보이지 않는다.
30·40대는 유통가에서 지갑을 가장 많이 여는 주요 고객이면서 기업에서는 허리를 담당한다. 또 고령화사회에서는 노년 계층의 미래 먹거리를 부양할 밥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부동산·연금·세금 등 각종 정책 입안 과정에서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미래를 젊은 세대가 결정할 수 있도록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