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차기 한국노총 위원장에 김동명… '강한 한국노총' 따라 이전보다 선명한 노선 전망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제27대 위원장 및 사무총장 선거’에서 김동명(오른쪽) 신임 위원장과 이동호 신임 사무총장이 두 손을 번쩍 들고 있다./권욱기자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제27대 위원장 및 사무총장 선거’에서 김동명(오른쪽) 신임 위원장과 이동호 신임 사무총장이 두 손을 번쩍 들고 있다./권욱기자



앞으로 3년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이끌 위원장에 김동명 화학노련 위원장이 선출됐다. 그는 투쟁력과 조직력 강화를 통해 ‘강한 한국노총’을 만들어 제1노총 지위 회복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정책협약을 맺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도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약속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묻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은 그간의 합리적 노동운동 노선을 완전히 거스르지는 않겠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의식해 이전보다 강경 노선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노총은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년 정기선거인대회에서 김동명 후보가 러닝메이트인 사무총장 후보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과 함께 재적 대의원 3,128명 중 1,580표(50.5%)의 지지를 얻어 제27대 위원장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들과 경합한 김만재(금속노련 위원장)·허권(금융노조 위원장) 후보조와는 불과 52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김 당선인은 당선 확정 후 수락연설에서 “노동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며 “현장과 함께 새롭게 실천하는 한국노총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동지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위원장 체제에서 한국노총은 ‘제1노총 지위 회복’을 내세우며 공세적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나 재계로서는 민주노총에 이어 노사관계 안정을 위한 또 하나의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김 당선인은 승리 후 소감에서 “우리는 오늘 강한 노총을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더 이상 정부를 위해 노동을 들러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의 필요성을 말했다.


실제로 제1노총 탈환을 위한 방안이 선거전 내내 가장 큰 화두였다. 김 당선인의 선거운동 슬로건도 ‘제1노총의 자존심을 되찾겠습니다’였다. 그는 이날 마지막 유세에서도 제1노총 지위 회복을 첫 번째 약속으로 꼽았다. 그는 “무너진 자존심과 대표성을 되찾아오겠다”며 “비정규직의 조직화를 중심으로 조직화 작업을 직접 챙기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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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조직력을 두고 민주노총과의 경쟁을 예고한 대목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때로는 경쟁자로서, 조직 경쟁이 필요하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정부 관계에서도 긴장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김 당선인은 당선사례에서 “한국노총은 문재인 정부와 정책협약을 맺었으며 더불어민주당을 만든 주체”라며 정부에 노동 관련 정책에 대한 약속의 이행 여부, 수용 가능성, 향후 일정 등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그는 선거공약에서도 이미 파탄 난 정책협약의 즉각적 재검토와 함께 새로운 정치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오는 4월 총선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정책에도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공약사항인 직무급제 도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지역상생형 일자리의 시초 격인 광주형 일자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노동이 배제된 형태는 의미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현재 이사 선임을 두고 마찰을 빚어 광주형 일자리 협의체에서 빠져나온 상태다.

다만 사회적 대화를 강조했던 김주영 현 위원장의 노선을 완전히 거슬러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당선인은 앞으로 다양한 대화채널을 만들어 소통하자고 강조했다. 당선사례에서도 “사회적 대화의 활성화를 원한다”며 모든 정부부처와 노정협의체 구성, 지역노사민정 협의의 현실화, 업종 차원의 노사정 대화를 요구했다. 다만 그는 “대화는 결렬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필요하면 강한 투쟁도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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