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가장 큰손으로 등극했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로또 단지가 양산되면서 청약가점이 껑충 뛴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세금이 늘고 대출규제가 강화되자 증여 비중 및 법인 매입 건수 역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2일 본지가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체 매매 건수는 7만1,724건으로 이 가운데 30대가 가장 많은 2만691건을 매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28.8% 수준으로 이는 40대(2만562건·28.6%)를 앞지른 수치다. 50대는 1만3,911건의 아파트를 매입해 19.4%를 차지했다. 30대가 적극적으로 아파트 매입에 나선 것은 높아진 청약 당첨 문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 강화로 청약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30대의 경우 사실상 ‘청포족(청약포기족)’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보유세가 껑충 뛰면서 이를 피하기 위한 증여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019년 매매·판결·증여·분양권전매 등을 포함한 전체 서울 아파트 거래 중 9.7%인 1만2,514건이 증여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은 2014년 2.8%에서 꾸준히 늘어 2017년 4.3%, 2018년 9.6%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그 비중이 더 커졌다.
법인을 설립해 아파트를 매입하는 건수도 역대 최대 규모다. 법인 아파트 매입 건수는 전국적으로 2018년 9,978건에서 2019년 1만7,893건으로 늘었다. 서울도 이 기간 798건에서 2019년 1,518건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강남구가 75건에서 164건, 서초구 32건에서 92건, 송파구 55건에서 89건, 강동구는 29건에서 57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여전히 강남권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 진입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많아 서울 안에서도 양극화가 발생할 것”이라며 “베이비부머 이후 세대인 30대는 현실적으로 자기 힘으로는 집을 사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의 재력에 따라 양극화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권혁준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