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가의 코스피 주식 보유 비중이 15년 만에 40%를 눈앞에 뒀다. 이와는 달리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보다는 해외 유망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주식 보유 비중이 39.15%까지 올라 15년여 만에 40% 선 돌파를 눈앞에 뒀다. 지난 17일 이후 4거래일 연속 39% 선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이 가장 높았을 때는 2004년으로 그해 4월 26일 유가증권시장의 주식 44.12%를 외국인이 갖고 있었다. 2004년 당시는 정부의 규제 정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로 현재 상황과 많이 닮았다. 부동산에 대한 관심과 반비례해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외면하면서 상대적으로 외국인 보유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는 지금도 비슷한 모습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기업 이익은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전년보다 30% 이상 급감했다. 실제로 지난해 3·4분기 기준 상장사들의 누적 순이익은 54조원에 불과해 연간 100조원 달성이 사실상 무산됐으며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국내 투자자의 수급 여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라며 “현재 주가 레벨에서는 외국인 움직임에 따라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국내 증시에서 이탈한 내국인 투자자들은 해외 증시, 특히 미국 증시에 대한 관심을 더 높이고 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데다 일부 우량주들은 여전히 좋은 실적을 기록하면서 다소 부담스러운 주가에도 추가 상승 여지가 크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2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수 금액은 20억4,352만달러로 이미 지난해 1월 전체 매수액(13억4,667만달러) 규모를 넘어섰다. 국내 증권사들이 설 연휴에도 해외 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 같은 추세라면 2018년 기록한 2018년 기록한 역대 1월 최대 매수 규모(23억5,561만달러)를 무리 없이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식 매수 비중이 74.95%로 가장 많았다. 홍콩과 중국 주식 비중이 각각 13.14%, 7.67%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보다 미국 주식 비중은 소폭 줄었고 홍콩과 중국 비중은 각각 2.6%포인트와 2.3%포인트 정도 늘었다. 반면 일본 주식 비중은 1.72%로 지난해(3.57%)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타결로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