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6개 정파(민주당·바른미래당 안철수계·당권파·민주평화당·대안신당·정의당)가 ‘호남 전쟁’에 뛰어들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호남 탈환을 내걸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광주를 귀국 첫 행선지로 잡은 안철수 전 의원, “호남 2당이 되겠다”는 정의당까지 가세하며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 6개 정치세력이 어떻게 붙고 쪼개지는지가 총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호남 발판 ‘제2의 녹색돌풍’ 노리는 安=“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귀국 후 첫 일정으로 지난 20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안 전 의원의 첫 마디였다. 안 전 의원은 재기의 발판으로 호남을 택했다.
안 전 의원은 ‘제2의 녹색돌풍’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그는 국민의당을 이끌고 38석을 획득, 그 중 94.7%를 호남에서 당선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정치 지도자로서 안철수의 가능성을 확인한 곳이 바로 호남이다.
이를 위해 안 전 의원이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바른정당-국민의당 합당 당시 깊게 새겨진 호남계 의원들의 반(反)안철수 감정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전 의원을 필두로 한 수도권 의원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선언했다. 이른바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으로 악화된 여론을 뒤집고자 내린 결정이었다. 진보 성향이 짙은 호남계 의원들은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전당원투표 불참 운동은 물론 전당대회 저지 투쟁까지 전개했다. 이후 민주평화당으로 분당한 호남계 의원들과 안 전 의원 사이 감정의 골은 메울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다.
당장 이들은 다시 감정적으로 대립하며 ‘각개전투’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장정숙 대안신당 수석대변인은 돌아온 안 의원에게 “금의환향이 아닌 돌아온 탕자”라며 날을 세웠다. 박지원 대안싣낭 의원 역시 “광주시민들이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하겠나. 이제 새 정치인이 아니고 구 정치인”이라고 견제했다. 통합보다는 각자 싸우며 표를 갉아 먹는 구도가 펼쳐질 수 있다.
◇정의당 “호남이 선택한 정당 되겠다”=정의당은 아예 ‘호남’을 총선 전략으로 들고 나왔다. 지난 19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의결한 5개의 총선 전략 중 하나가 바로 ‘호남 전략’이었다. 호남이 선택한 대안정당이 돼 전국 최대 정당지지율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의당이 호남을 전략 지역으로 정한 배경에도 사분오열된 선거 지형이 있다. 일대일 구도에서는 승산이 없더라도 서로 표를 나눠 먹는 다자구도에서는 가능성이 보인다는 설명이다. 윤소하 원내대표가 출마하는 전남 목포가 대표적이다. ‘정치 9단’ 박지원 의원이 버티는 이곳에 정의당 윤 원내대표와 김원이 전 서울정무부시장 등 민주당 후보가 경쟁에 뛰어들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정의당 한 지도부는 ‘호남 전략’에 대해 “경쟁의 공간에서 2당의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의 강자 민주당…가만 있어도 줄줄이 입당=민주당은 전통적인 호남의 강자다. 20대 총선을 제외하고는 민주당 계열 정당이 호남의 지배 정당 자리를 내어준 역사가 없다. 게다가 집권 여당 프리미엄으로 인해 “호남은 절대 내어주지 않는다”는 얘기가 당내에서 나온다. 이미 많은 호남 출신 의원들이 입당 혹은 무소속 당선 후 입당을 검토하고 있다.
가장 먼저 민주당행 티켓을 끊은 건 손금주 의원이다. 지난 2016년 국민의당에 입당해 당선한 손 의원은 2018년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당 과정에서 무소속으로 남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당 수석대변인 시절 문재인 대통령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빗대 “문근혜”라고 비판했다. 그랬던 손 의원이 민주당 입당을 택한 것은 그만큼 ‘여당 프리미엄’이 크다는 방증일 수 있다. 더욱이 손 의원이 권리당원이 아예 없는 채로 나주·화순 경선에 뛰어들었다.
협의되지 않은 ‘입당’ 주장에 민주당이 손사래를 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소속의 이용주 의원은 22일 여수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 전이 될지 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당 당시 민주평화당으로 갔지만, 이후 민주평화당이 다시 대안신당으로 분리되는 시점에 무소속으로 남았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중앙당과 전혀 협의가 안 된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외에도 이용호·김경진 의원 등이 무소속으로 남아있지만 선거를 치른 후 민주당 입당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