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취직했다고?”
“작은 중소기업이에요. 말씀드려도 모르실 거에요.”
이번 설뿐만아니라 결혼식, 돌잔치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지와 나눌법한 대화다. 이런 ‘무의미한 대화’가 싫어 이런 자리를 가지 않는 청년도 많다고 한다. 친지의 ‘질문’이 고스란히 자신을 대하는 사회의 시선처럼 느껴져 자신의 기업이름도 소개하지 못하는 청년의 심정은 이해된다. 하지만 작년 11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일자리 박람회에서 만난 청년들은 사뭇 달랐다. 당시 50여곳의 스타트업과 강소 중소기업이 차린 부스에는 1대1 면접이 진행됐다.
말끔한 양복을 입은 박민호(25·가명)씨는 유수의 대기업에서 인턴을 했지만,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다. 박씨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작물 관련 일에 흥미가 많아 대기업 지원 때도 관련 계열사의 인도네시아 팜농장을 자원했을 정도다. 그는 국내 농약 제조업체인 한국디비케이가 현장 면접을 실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한국디비케이는 지난 1994년 설립, 국내 살충제 시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서는 독보적이다. 열정이 통했는지, 그는 현장면접에 합격했다.
작년 졸업예정이었던 윤인성(25·가명)씨는 드론 생산업체인 나르마 부스 앞에서 면접 순서를 기다리며 초조해했다. 나르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1호 연구소기업으로 취업을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수다. 이 때문에 윤씨는 나르마가 박람회에 참가하기를 기다렸다. 윤씨는 “평소에 무인 드론에 관심이 많아 나르마에서 꼭 일해보고 싶어 직접 찾아왔다”고 했다. 나르마의 창업멤버 최현웅 연구원은 “회사는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이 주어지는 회사라면 먼저 지원을 해야 취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이우현(32·가명)씨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 관광업체를 창업한 후 다시 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이직을 자주 하다 보니 이제는 제대로 하고 싶은 일자리를 찾겠다는 생각이 크다. 이씨는 “다니던 기업이 제 전공인 금융과 맞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금융업체 취업을 위해 찾아왔다”며 “연봉이 얼마냐도 중요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찾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봉이나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편견 때문에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잘 찾지 않는다는 현실은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당시 만난 3명은 내가 다니고 싶은 기업에 대한 목표가 뚜렷했다. 당시 한 중소기업 사장은 청년도 스스로를 돌아보면 안 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중소기업이라고 만만하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회사에서 면접을 하면, 구직자들이 우리 회사를 잘 모르고 지원한 것 같아 늘 답답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