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기업 규제도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필요하다

정재송 코스닥협회 회장




최근 패션 산업에서는 ‘프리미엄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한창이다. 소품 및 액세서리 등에 이르기까지 맞춤형 서비스(customizing)를 통해 고객에게 가장 최적화된 아이템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나에게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찾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가 주목받는 것은 그만큼 고객의 호응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 역시 맞춤형 제도가 필요하다. 대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새로운 제도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제도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업 규모 및 인력 등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화된 규제는 마치 품에 맞지 않는 거추장스러운 옷과 같이 어울리지도 않고 기업의 경영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준다.


각종 법률에서 상장회사에 적용되는 제도는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의 구분 없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6%에 이르고 있다. 또한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한 기업이더라도 사업성이나 기술력을 높이 평가받아 상장하는 특례상장기업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코스닥시장은 중소벤처 혁신기업에 성장 기회를 제공하며 정체성을 갖춰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닥기업은 대기업과 같이 규제를 적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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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를 통과해 공포를 앞둔 상법시행령은 사외이사의 재임 기간을 6년으로 제한했다. 최근 입법을 위해 논의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은 전자투표제·집중투표제의 의무화, 다중대표 소송제의 도입 등을 주 내용으로 한다. 기업의 경영 투명성 제고 및 주주의 권리 보호도 중요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기업 규모 및 산업 특성 등에 따른 차등적용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배구조와 관련된 규제 도입의 경우 기업의 경영권 보호수단과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경영권 탈취 시도에 취약하다. 경영권이 불안해질수록 경영권 강화를 위한 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그만큼 투자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새해가 시작되면 정부 주요부처에서는 중소기업을 찾아가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기업의 의견을 듣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애로사항을 제도에 반영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맞춤형 제도’를 발굴하려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경주마는 맞춤 신발(편자)을 신는다. 편자를 탈착하는 장제사는 말의 다리를 직접 부여잡고 고도의 기술로 발굽 크기와 모양에 딱 알맞은 편자를 만든다.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어떻게 전력으로 달릴 수 있겠는가. 코스닥기업에도 맞춤형 제도를 통해 경영 투명성과 성장성을 두루 갖추도록 해 더 힘차게 질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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