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선거 레이스의 시작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등 초반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주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도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 아직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전국 지지도에서 앞서지만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이들 주에서 샌더스 의원이 뒷심을 발휘하며 민주당 경선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NYT가 시에나대와 이달 20일부터 23일까지 아이오와주 등록 유권자 1,689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경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샌더스 의원이 25%로 1위를 차지했다.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시장이 18%로 2위, 바이든 전 부통령이 17%로 3위였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15%에 그쳤다.
샌더스 의원의 돌풍은 뉴햄프셔(2월11일)에서도 이어졌다. NBC방송과 메리스트대 공동조사에서 샌더스 의원이 22%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15%로 2위에 머물렀다.
다만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바이든 전 부통령이 1위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 공동조사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32%로 샌더스 의원(23%)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워런 의원은 12%로 3위를 차지했다. 이날 USA투데이가 내놓은 아이오와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25%로 첫손에 꼽혔다. 샌더스 의원은 19%, 부티지지 시장은 18%였다.
미 정가에서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결과를 중요하게 본다. 전통적으로 이들 주에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네바다를 거치면 큰 틀의 대선후보 윤곽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16개 주의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슈퍼화요일(3월3일) 즈음이 되면 대략적인 후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바이든 전 부통령과 샌더스 의원, 워런 의원, 부티지지 시장이 ‘빅4’를 형성해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첫 격전지인 아이오와에서 누가 승리할지가 관심사다. 여론조사대로라면 샌더스 의원이 힘을 받고 있지만 지지도 15%가 나오지 않은 군소후보 지지자들이 다른 후보로 갈아타야 해 막판까지 최종 승자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아이오와에서 1위를 하면 쉽게 경선을 치를 수 있지만 샌더스 의원이 승리하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초반 결과가 다른 주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이 향후 대선 과정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할지도 관심사다. 뒤늦게 출마를 선언해 초기 2곳의 경선에는 참여하지 못하지만 그는 자신이 패배하더라도 최종 후보를 위해 광고비 10억달러(약 1조1,68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복잡한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 경선은 일찌감치 정리되는 분위기다. 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를 포함해 민주당과 비슷한 일정으로 경선을 치르지만 약체인 빌 웰드 전 매사추세츠주지사와 조 월시 전 하원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라 사실상 의미가 없다.
오는 6월까지 각 주의 코커스와 프라이머리가 끝나면 민주당과 공화당은 전당대회를 열어 최종 대선후보를 결정한다. 민주당은 7월13일부터 16일까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공화당은 8월24일부터 27일까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각 당의 대선후보가 정해지면 TV토론과 지역유세가 시작된다. 최종 대통령선거일은 11월3일로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는 측이 승리한다. 새 대통령은 내년 1월20일 취임한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