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통령 30년지기'까지 기소…檢명운 걸고 정면돌파 승부수

[檢, 송철호 등 13명 전격 기소…靑 코앞까지 겨눈 윤석열]

檢 "사건 본질, 사실상 靑 하명수사·선거개입" 판단

황운하 조사 건너뛰고 수사심의위도 없이 속전속결

李 홀로 "대질신문·추가 압수수색 필요" 반대 목소리

임종석·이광철은 빠져…추가 기소 이어질지도 주목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황운하의 주장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본인도 신속 처리를 요구했으니 소환조사는 불필요합니다.” (청와대 수사팀 관계자)

“황운하에 대한 소환조사를 한 뒤 사건을 처리(기소 결정)해야 합니다. 백원우와 박형철의 주장이 엇갈려 대질신문, 추가 압수수색도 필요합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29일 오전 10시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주재로 열린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관련 회의에서는 이 지검장과 다른 간부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 자리에서 이 지검장은 ‘기소를 좀 더 미뤄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고 한다. 아직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황운하 전 경찰인재개발원장을 조사한 뒤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 등을 했다는 것이다. 황 전 원장은 다음달 4일 출석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는 다음달 3일 검찰 중간간부들의 인사이동이 완료된 후다.

그러나 이 지검장 외 참석자들은 모두 황 전 원장의 소환조사가 불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황 전 원장의 주장은 본인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알려졌고 지금껏 소환조사에 불응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조사 없이 기소하는 것이 맞는다는 논리다. 검찰은 이달 중순부터 황 전 원장의 소환일정을 조율하려 시도했으나 황 전 원장은 매번 다른 사유를 대며 소환에 불응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증거와 법리 등을 고려할 때 기소할 충분한 근거가 모인 점, 총선이 임박해 신속한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이 지검장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대질조사할 필요가 있다” “추가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에 제대로 된 보완지시를 내릴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기소 시점을 연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결국 윤 총장은 현직 광역시장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절친’인 송철호 울산시장을 비롯한 13인을 전격 불구속 기소했다. 이날 기소는 윤 총장의 지시에 따라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결재해 오전11시50분께 법원에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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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청와대와 법무부 등이 연일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는 취지로 옥죄는 상황에도 윤 총장이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윤 총장은 이 사건의 본질을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으로 판단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총장이 ‘법과 원칙에 의거해 사건을 처리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정권과의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윤 총장의 전격 기소 결정 소식에 예상보다 한두 발짝 더 빨랐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윤 총장이 전날 해당 기소 건에 대한 결재를 미룬 이 지검장과 조율 과정을 하루 이틀 더 거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신속하게 결정지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들을 기소하면서 울산경찰의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는 송 시장과 황 전 원장,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백 전 비서관, 박 전 비서관, 문해주 국무총리실 민정민원비서관실 사무관 등 6명이 법정에 서게 됐다. 송 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공약지원 의혹과 관련해서는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 장환석 당시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외에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울산시장 경선 불출마 매수 혐의로 기소됐다. 또 정몽주 울산시 정무특별보좌관 등 울산시 및 산하 공무원 5명은 울산시청 자료유출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기소로 윤 총장과 문 대통령의 관계는 더욱 미묘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일컬어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일가족을 줄줄이 법정에 넘긴 데 이어 절친인 송 시장까지 사법처리해버렸기 때문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은 사건을 순리대로 처리한 것이겠지만 이제 모든 책임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이광철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이광철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번 기소를 계기로 어떤 조치에 나설지도 관심을 모은다. 추 장관은 전날 ‘사건 처리에 내외부 기구를 활용하라’는 공문을 전하면서 윤 총장 감찰의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검찰은 사안의 전문성, 복잡성, 보안 필요성을 고려할 때 수사심의위원회를 거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즉시 처리했다.

나머지 사건 연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에도 관심이 모인다. 기소에서 빠진 이광철 선임행정관은 이날 검찰에 처음 출석해 조사를 받았으며 임종석 전 실장은 30일 출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순차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총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권형·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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