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강(사진) 대표가 벤처업계에 첫발을 디딘 건 지난 1997년이다. 삼성그룹이 미국에 합작 투자 법인인 캠브리지삼성파트너스를 세울 당시 초기멤버로 합류했다. 1988년 삼성종합기술원에 개발연구원으로 입사해 삼성전자, 그룹을 거치며 10년이 흐른 후였다. 그야말로 벤처 1세대. 삼성조차 벤처캐피털(VC)을 잘 몰랐던 시절 투자를 시작했다. 벤처 시장의 흥망성쇠를 몸소 겪었다.
송 대표는 30일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조차 어디든 투자해달라고 돈을 싸들고 찾아오던 닷컴 열풍이 꺼지고 벤처 시장에는 10년 넘게 완전한 암흑기가 찾아왔다”며 “코스닥 회사 상당수가 망했고 벤처하면 모두 위험한 줄 알았던 시기”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그 사이 MVP창업투자(현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를 거쳐 2008년 황태철 파트너와 함께 캡스톤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독립계 VC로 그 사이클을 묵묵히 견뎌냈다. 현재 운용 중인 펀드는 총 9개로 전체 운용 자산은 2,210억원이다. 산업은행, 모태펀드 등 기관뿐 아니라 설립 당시 연이 닿은 중국 텐센트가 지금껏 8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캡스톤은 초기 투자에 집중하는 이른바 ‘마이크로 VC’를 표방하고 있다. 여러 스타트업에 5억원 안팎을 투자한 뒤 기업이 성장할 때마다 후속 투자를 이어가는 식이다. “캡스톤을 만난 기업은 끝까지 책임진다”는 게 송대표가 말하는 투자 철학이다. 마켓컬리, 왓챠, 마이리얼트립, 드라마앤컴퍼니(리멤버), 당근마켓 등을 초기에 발굴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3년 첫 투자 당시 74억원에 불과했던 직방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7,200억원을 넘어섰다. 3억원이었던 첫 투자금 가치 또한 100배 가까이 뛰었다. 캡스톤은 이후 네 차례에 걸쳐 후속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 의미 있는 엑시트 사례도 잇따랐다. 2013년 센드버드에 투자했던 3억원을 지난해 77억원에 회수했다. 7년 만에 26배의 수익을 낸 셈.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고속성장하고 있는 센드버드가 미국 유명 VC로부터 1,8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할 당시 구주를 매각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올해부터 준비해 내년에는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다. 송 대표는 “모태펀드가 역대 최대 규모인 1조3,000억원 출자를 확정하는 등 올해도 벤처투자 활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스마트폰 시대를 잇는 거대한 흐름인 인공지능(AI)과 밀레니얼의 의식주 변화에 따른 라이프스타일 관련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