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연루된 임종석(54)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12시간여 동안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청 현관 앞 포토라인에 자발적으로 선 임 전 실장은 “이 수사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된 것”이라며 검찰을 강하게 질타했다.
30일 임 전 실장은 오전10시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에 출석하면서 자발적으로 포토라인에 섰다. 이는 자신의 무죄 주장을 적극 알리고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프레임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에 따라 공개소환이 전면 폐지된 이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현 정권 인사들이 비공개로 출석했던 것과 달리 스스로 공개 출석한 것이다.
임 전 실장에 대한 첫 소환조사는 약 12시간이 흐른 뒤인 오후 9시30분께 종료됐다. 임 전 실장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철호(71) 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었고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며 송 시장에 대한 출마를 권유한 사실,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출마 포기를 종용했다는 등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날 포토라인에 선 그는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에 검찰총장의 지시로 검찰 스스로 울산에서 1년8개월 덮어놓은 사건을 이첩할 때 이미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됐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그 기획이 그럴 듯해도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은) 정말 제가 울산지방선거에 개입했다고 입증할 수 있느냐”며 “못하면 그때는 누군가는 반성도 하고 사과도 하고, 그리고 책임도 지는 것인가”라고 했다.
앞서 검찰은 송 시장 선거캠프에서 참모 역할을 했던 송병기(58)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서 ‘VIP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하는 것을 면목 없어 해 비서실장이 요청한다’는 취지의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실장이 송 전 부시장을 만나 송 시장의 지방선거 출마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의 사법 처리는 오는 4월 총선 이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수사는 계속 진행하되 이광철 비서관 등 나머지 피의자들의 사법 처리는 미루기로 했다. 검찰은 전날 그동안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 백원우(54)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황운하(58)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