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산단내 기업 머리 맞댔더니 막혔던 기술개발 '속도'

[협업생태계로 다시 뛰는 산단-<상> 경량부품 개발 태정기공]

13개 기업과 연구회 만들어

인력·기술·장비 교류 물꼬 트자

제품 개발 성공·수출 급증 성과

산단공 내년 전국으로 확대지원

2018년 9월 태정기공 회의실에서 퍼스너연구회 참가업체가 파스너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 사진제공=산단공2018년 9월 태정기공 회의실에서 퍼스너연구회 참가업체가 파스너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 사진제공=산단공








충북 충주에 있는 태정기공은 자동차용 볼트, 너트, 파스너(연결 부품 일종) 등을 주력으로 만들었지만 이제는 항공우주산업용 부품개발을 목표로 둘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업력이 30년이 넘는 태정기공은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기존 자동차용 부품을 만드는 데만 열중했다. 그러다 미래차의 초경량화 흐름에 맞춰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한 초경량 파스너 개발에 나섰다. 원천기술을 갖고는 있었지만 기존의 탄소강, 합금강 소재에서 알루미늄 소재로 바꾸려다 보니 독자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난제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80여명의 한정된 인력으로 미래차 부품을 개발하는 게 녹록치 않았던 것이다. 포기도 생각했다.

이때 태정기공의 어려운 사정을 파악하고 있던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본격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우선 산단공은 태정기공을 중심으로 충주일반산업단지 에 있는 파스너 관련 업체 13곳과 파스너연구회를 만들었다. 산단공이 중매 역할을 하자 일사천리로 연구회가 꾸려 졌다. 연구회는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한 경량 파스너 개발에 몰두했다. 태정기공이 혼자 해결하기 어려웠던 기술적 난제들도 여러 업체들이 머리를 맞대 공동연구를 하니 하나 둘 풀리기 시작했다.

곧바로 제품 개발에도 성공하게 됐다. 산단공은 다시 해외 박람회 등을 통해 판로개척에도 나섰다. 태정기공의 수출액은 급증했다. 2018년 369만 달러이던 태정기공의 수출액은 지난 해 815만 달러로 두 배 넘게 뛰었다. 태정기공 관계자는 “여러 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장비, 인력 등을 교류하고 협업을 하다 보니 예상치도 못한 시너지를 얻게 됐다”며 “태정기공 혼자만 초경량 파스너 개발에 나섰다면 아마 지금도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량화 소재 전문성 확보와 시장 파악에 자신감을 얻은 태정기공은 중부대와 6개 중소기업 등과 항공부품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자동차용 부품만 30여년간 만들어 온 태정기공이 이제는 항공기와 우주선 등에 들어가는 경량부품 개발 도전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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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공도 태정기공 성공 스토리를 계기로 산단내 원천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협업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산단공은 내년부터 2029년까지 7,245억원들여 산업협의체 기반으로 기업 간 공동혁신을 꾀하는 ‘코-이노베이션(Co-Innovation)’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치는 대로 빠르면 내년 첫 사업이 시작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산단공 관계자는 “제조업의 근간인 산단의 고용 하락, 입주기업의 영세화, 노후화 등은 조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하지만 기술간 교류가 빨라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개별 기업의 혁신만을 유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태정기공 사례처럼 관련 기술기업을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산단공이 중매 역할을 톡톡히 해 내겠다는 것이다. 실제 코-이노베이션은 산학연협의체에 소속된 5개 이상 회원사와 대학·연구기관이 신청하도록 제한을 둬 초기 단계부터 네트워크를 조성하도록 설계했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서도 헤센 튀링겐지역 7개 중소기업은 2016년 고무·플라스틱 컨소시엄을 결성해 자동차부품 모듈을 공동으로 생산할 정도로‘코-이노베이션’과 같은 수평적 협업이 확산되고 있다. 산단공 관계자는 “독일의 경우 기술, 경험, 장비를 공유해 생산을 다각화하고 불필요한 생산비용과 공정을 줄였더니 매출액이 협력 이전보다 3배 이상 오르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며 “‘코-이노베이션’이 도입되면 중소·중견기업이 자생적으로 성장해 국내 제조업 위기의 돌파구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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