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도쿄올림픽 남자골프 출전이 유력한 안병훈·임성재와 남자 대표팀 감독을 맡을 최경주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 오픈에서 첫날 나란히 톱10에 오르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제85회 피닉스 오픈(총상금 730만달러)이 3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TPC(파71)에서 개막한 가운데 PGA 투어 홈페이지의 1라운드 리더보드에는 3장의 태극기가 눈에 띄었다. 안병훈이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 6언더파 공동 4위에 올랐고 임성재와 최경주는 5언더파 공동 8위다. 임성재는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1개를 적었고 한국 나이로 52세인 최경주는 버디만 5개를 잡았다. 단독 선두는 버디 10개를 챙긴 10언더파 윈덤 클라크(미국)다.
안병훈과 최경주는 올림픽 경험이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각각 선수와 감독으로 참가했다. 유럽 투어에서 뛰는 왕정훈도 함께였다. 현재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두 명은 35위 임성재와 49위 안병훈이다. 6월 말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상위 두 명이 도쿄행 티켓을 따내는데 한국 대표팀은 임성재·안병훈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 둘은 지난달 미국과 세계연합 간 남자프로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도 같이 나갔다. 최경주는 세계연합팀 부단장으로 일했다.
10번홀에서 출발한 안병훈은 전반에 버디만 5개를 쓸어담았다. 버디 1개에 그친 후반이 다소 아쉬웠지만 평균 319야드에 페어웨이 안착률 71%의 드라이버 샷과 88%의 그린 적중 등으로 썩 만족할 만한 하루를 보냈다. 안병훈은 “페어웨이를 잘 지켰고 러프에 들어갔을 때도 그린을 잘 지켰다. 몇몇 장면에서 정말 좋은 샷이 나와서 스코어를 줄일 수 있었다”며 “코스와 궁합도 좋은 것 같다. 여기서 첫 우승을 기록한다면 아주 의미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병훈은 지난해 9월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 3위 등 2019~2020시즌 톱10에 세 차례 오르며 PGA 투어 첫 우승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 시즌 신인왕 임성재는 3연속 버디로 출발한 뒤 15번홀(파5)에서 2온 1퍼트로 이글을 터뜨렸다. 짧은 파4인 17번홀에서 1온 2퍼트로 버디를 보탠 뒤 18번홀(파4)에서는 멋진 벙커 샷으로 파를 지켰다. 임성재 역시 올 시즌 톱10에 세 차례 진입하며 데뷔 첫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최경주는 드라이버 샷 거리는 284야드에 불과했지만 92%의 정확도를 앞세워 66타를 작성했다. 66타 이하 기록은 지난해 4월 RBC 헤리티지 2라운드(66타) 이후 9개월 만이다. 다섯 발짝 거리의 버디 퍼트 성공으로 첫날을 마무리해 2라운드에 대한 기대도 높였다.
세계 85위로 한국 선수 중 셋째인 강성훈도 4언더파 공동 13위로 출발이 좋았다. 우승 후보 욘 람(스페인)도 4언더파다. 세계 3위인 람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세계 1위 등극 가능성이 있다. 세계 4위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3언더파로 선방한 반면 조던 스피스(미국)와 디펜딩 챔피언 리키 파울러(미국)는 3오버파 공동 110위로 부진했다.
한편 이 대회 상징인 16번홀(파3)에서는 여러 선수들이 최근 헬리콥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미국프로농구(NBA)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를 추모했다. 토머스는 브라이언트의 고교 시절 유니폼을 입고 나왔고 토니 피나우(미국)와 맥스 호마(미국)는 NBA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브라이언트 유니폼을 입고 샷을 했다. 대형 관중석을 메운 2만 관중은 이사이 “코비”를 연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