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31일 1만명에 육박했다.
31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전날 자정까지 전국 31개 성·자치구·직할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9,692명, 사망자는 213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8일 5,974명이었던 누적 확진자가 이틀 만에 약 두 배인 1만명에 가까워진 것이다.
중국 당국은 민관군을 총동원해 확산을 막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사태를 지휘한다고 연일 방송하며 관계자들을 다그치고 있다. 이날 중국 민정부는 지방 정부들에 결혼 신고를 당분간 받지 말라고 지시했고 국가세무총국은 납세 신고기한을 연기했다. 인원이 많이 모이는 결혼식이나 회식도 중단하도록 했다. 장쑤성은 우시·쉬저우 등 성내 10개 도시의 버스터미널 운영을 중단하는 등 도시 간 이동도 제한됐다. 귀성열차 운행이 줄어들면서 30일 철도 이용객은 320만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74.7% 급감했다.
또 우한 인근 황강시의 보건 부문 책임자가 감염자 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심야 면직되는 등 관리들에 대한 압박도 심해지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전날 베이징 질병통제센터를 시찰하면서 “보고를 누락하거나 은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초기대응 실패에 따른 후유증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신경보는 신종 코로나의 사람 간 전염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있었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한 달 뒤에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등은 국제 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최근 실린 논문에서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밀접 접촉자 사이에 전염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중국 밖에서도 신종 코로나가 가파른 속도로 퍼지면서 각국이 방역 차단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30일(현지시간) 중국 전역에 여행 금지를 권고하는 최고 수준의 4단계 경보를 발령했다. 미 국무부는 또 비상인력을 제외한 주중국 대사관 및 영사관 4곳의 모든 직원과 그 가족들이 떠나도록 승인했다. 이날 미국에선 처음으로 2차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확진자가 6명으로 증가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러시아와 몽골·북한은 국경을 폐쇄했으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탈리아는 500만 유로(약 66억원)의 긴급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모두 중단했다. 일본 정부는 14일 이내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인 우한이 위치한 중국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오는 1일부터 거부하기로 했다. 싱가포르도 오는 1일부터 거주자나 취업비자 소유자를 제외한 모든 중국인과 최근 중국 방문 이력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체코는 중국인 대상 비자발급을 중단했으며 베트남 정부도 중국 관광객 대상 비자발급 중단계획을 발표했다.
외신들을 종합하면 중국(홍콩·마카오 포함)과 대만·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20개국에서 총 108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태국 19명, 일본 17명, 싱가포르 13명, 호주 9명, 말레이시아 8명, 미국·독일·프랑스 6명, 베트남 5명, 아랍에미리트(UAE) 4명, 캐나다 3명, 영국·이탈리아·러시아 2명, 네팔·스리랑카·핀란드·필리핀·인도·캄보디아 1명이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 발병 사실이 알려진 지 한 달이 지난 30일에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게다가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핵심 조치인 ‘교역 및 이동 제한’ 권고도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김기혁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