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중징계를 의결하면서 최고경영자(CEO) 연임과 지배구조, 인수합병(M&A), 신사업 추진 등에 비상등이 켜졌다. 제재심 결과가 법적 효력이 없다는 점에서 은행들은 최종 징계에 영향을 줄 막판 변수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우리은행은 금융위원회의 통보 시점이 가장 중요해졌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은 오는 3월 우리금융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되는데 그 전에 금융위가 징계를 통보하면 연임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제재심에서 기관 중징계도 받았기 때문에 금융위 제재 절차도 거쳐야 징계가 최종 확정된다. 통상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제재심을 거쳐 금감원장이 최종 확정하지만 기관 제재는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제재 수위가 최종 의결된다.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기관 제재에 대해 최종 결정하면 임직원과 기관 제재가 동시에 통보되는데 기관 제재 결정과 통보가 지연되면 임원 제재 통보도 같이 늦춰지게 된다. 금융위 최종 결정이 길어져 주총 시기를 넘기면 손 회장은 연임에 성공할 수 있게 된다.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통지일로부터 3년 동안 신규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금융위 측은 “일정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르면 3월 초에 징계 절차가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원 선임은 해당 금융사의 주주와 이사회가 결정할 사항이며 여러 상황을 감안해 회사와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의결 과정에서 기관에 대한 징계 수위가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 산하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주가 부양이 필요한데 중징계 결정으로 CEO리스크가 불거져 주가가 타격을 입으면 공적자금을 최대로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는 2022년까지 2~3차례에 걸쳐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을 매각해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를 추진하고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예보는 우리금융 지분 17.2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제재심 의결 다음날인 31일 우리금융 주가는 보합세였다.
금감원장이 경영진에 대한 징계를 중징계로 결정할 경우 손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책임을 은행장에 온전히 묻는 것은 과도하고 주장해왔다. 내부통제에 실패했을 경우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담긴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이의제기,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을 내 당국의 최종 징계 결정을 뒤집을 수도 있다.
한편 윤석한 금융감독원장은 제재심 의결 다음날인 31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날 제재심 결과를 보고받았다”며 “내용을 들여다보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며 가급적 빨리 결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금감원장이 징계수위를 변경할 수 있지만 윤 원장이 그동안 소비자보호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징계 수위를 낮출 가능성은 적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