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여파로 설 연휴 이후 국내 증시는 큰 폭의 조정을 거쳤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기회라고 보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지난 연말·연시에 급하게 올라 매수를 망설였던 주식들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거래일간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7,029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163억원과 1조1,297억원 순매도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개인투자자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같은 기간 4,356억원 가량 사들이면서 이번 급락장을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상위 목록에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호텔신라(008770)·POSCO(005490)·신세계(004170) 등 연휴 이전 주가가 강세를 보였던 대형주들이 대거 포진됐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약8,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케이엠더블유·에이치엘비·파라다이스·CJ ENM 등 대형주에 거래가 집중됐다.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실적 성장이 예상되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20일 6만2,800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는 고점 대비 8% 이상 하락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한 폐렴이 최근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 사스(SARS)나 메르스(MERS) 사태를 고려하면 국내 증시는 조만간 저점을 형성한 이후 다시 반등에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경험상 바이러스 공포 확대가 금융시장의 추세를 훼손시킨 적은 없다”며 “사스(SARS) 당시 최대 낙폭인 -10%보다는 최근 고점 대비 -6~-7%선에서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만큼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위주로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특히 IT(정보기술) 등 연휴 이전 강세를 보였던 업종들을 중심으로 반등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공포가 사라지면 펀더멘털이 중요하다”며 “이번 사태가 성장산업으로 분류되는 IT·미디어·통신·바이오 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므로 감염병 공포로 인한 주가 하락은 비중확대 기회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소재·산업재 및 소비재 업종은 우한 폐렴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휴를 전후로 코스피가 최근의 단기 상승에 따른 부담을 해소했다고 본다”면서도 “실적이 어느 정도 나와주지 않는다면 이렇게 변동성이 확대된 장에서는 주가가 더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