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사업성 없이 공공성만…빈수레 '가로주택 활성화'

분양가 상한제에 사업성 낮아

가로주택정비 곳곳서 파열음

정부, 규제 대폭 완화한다지만

'공적 임대주택 20% 충족' 조건

"사업성 고려 안해" 비난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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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시 원종동 일대는 가로주택정비 사업이 우후죽순 진행되고 있다. 가로주택정비는 도로와 접한 빌라 등 소규모 주택가를 정비하는 이른바 ‘미니 재건축’ 사업이다. 원종동 내 일부 지역은 시범단지로 지정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일부 지역은 조합이 자체 추진 중이다. 조합이 진행하는 지역은 기존 저층 노후 주택단지를 15층 아파트로 탈바꿈할 계획을 꾸미고 있는데 비용 문제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일부 조합원은 비용 부담이 과다하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호소할 정도다. 한 조합원은 국민청원에서 “정비대행업체에서 3.3㎡당 건축비를 600만원으로 책정해 서민을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해당 사업장과 관련 사업성이 낮아 조합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반 분양물량이 발생하지만, 소규모 주택밀집지역이어서 분양가가 제한돼 있다”며 “사업성이 낮아 진행이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도심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일환으로 가로주택정비 사업을 활성화하기로 했지만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아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까지 제외하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는데 공공성 요건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인해 현장에선 사업 활성화 동력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사업장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돼 의견 청취 중이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사업시행구역 면적 확대 방안이 담겼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 참여하고 공공임대주택 10% 이상 공급, 지구단위 계획수립 등 공공성 요건을 충족하면 사업시행구역을 기존 최대 1만㎡에서 2만㎡로 확대해 주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이와 더불어 조합원이 적정 추가분담금을 보장받고 사업 손익을 공공이 부담하는 ‘확정지분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 공급 등의 방안이 담기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도 제외하는 내용의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이 기존 재건축 등과 비교해 원주민 정착률이 높고 도시 재생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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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선 ‘탁상행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규제 완화의 전제조건 때문이다. 공공성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에 맞추다 보면 이전보다 사업성이 별반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부가 내놓은 가로주택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을 보면 공적 임대주택 20%를 충족해야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담당하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주택 물량을 제외하고 신규 분양물량을 산출해 조합 부담금을 산정하는데 서울 초역세권을 제외하면 조합 부담금이 많아 실효성이 없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정비사업 관계자 역시 “가로주택정비 단지는 인근 아파트와 비교하면 위치, 브랜드 등 여러 면에서 떨어져 가격이 60~ 70% 수준에 형성된다”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도 가격이 규제 수준 이하에서 형성되는 만큼 활성화 방안이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연면적 확대와 관련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를 의무화한 것도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사업시행구역을 최대 2만㎡까지 확대해주는 대신 난개발을 막기 위해 도계위 심의 조건을 내걸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2만㎡의 사업장이라면 대략 400가구가량이 입주하게 되는데 도계위에서 신규 도로 확충 등 각종 인프라 계획안을 내놓으라고 주문할 게 예상된다”며 “결국 비용증가로 인해 사업 면적을 다시 줄이거나 새 방안을 모색하는 등 현장의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강동효·권혁준기자 kdhyo@sedaily.com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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